[대구 도심 재창조] 버려진 공장터에 핀 '문화의 꽃'

입력 2008-12-18 06:00:00

中 '다산쯔 예술촌' 상하이 'M5 예술촌'

▲ 중국 베이징시 다산쯔 예술촌에서는 거리 전시와 공연이 시도때도 없이 열린다. 사진은 거리 전시 작품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 중국 베이징시 다산쯔 예술촌에서는 거리 전시와 공연이 시도때도 없이 열린다. 사진은 거리 전시 작품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지난 10월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798번지.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환풍기, 낡은 벽돌의 건물, 움직이지 않는 창고형 엘리베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쇠락한 공장지대. 5년 전 저렴한 임대비용 때문에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이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수만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는 세계 예술시장의 중심 '다산쯔(大山子) 예술촌'이었다.

취재진은 폐허였던 공장터에 문화와 예술이 녹아들면서 일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주목했다. 문화가 경제를 일으키는 도심 재생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10만㎡ 규모의 폐공장 부지 덕분에 인근이 밀려드는 인파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된 것.

본지 도심재창조 자문위원 하정화 미학박사는 "예술과 문화의 공간이 생기면 쇠락한 도심이 되살아나면서 일대에 활력이 퍼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시민들이 예술인들의 창작 과정을 직접 보고 소비하는 공간은 이제 도심 재생의 기본이 됐다"고 강조했다.

다산쯔 예술촌은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화가 작업실 겸 스튜디오가 180여 곳, 화랑과 갤러리가 100여 곳이나 들어서 있다. 레스토랑, 카페, 서점, 가구점, 의류점, 디자인이나 광고회사, 출판사도 잇따라 들어섰다. 녹슨 설비 기계와 전기 배선, 쓸모없어진 배관 등이 미술작품이나 소품으로 활용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해 베이징 관광의 1번지가 됐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작가를 직접 만나 얘기하며 차를 마시고, 쇼핑을 즐기면서 가장 중국적인 풍경을 만끽하는 것. 이곳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자 일본 도쿄갤러리, 독일 화이트 스페이스 갤러리 등 외국계 화랑도 잇따라 들어서 이제는 전체 화랑의 50%나 차지하게 됐다.

같은 달 6일 중국 상하이 모간산루 50번지. 소방도로를 따라 500m 정도 들어가니 1930년대 중국 근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직공장 건물들이 보였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 한가운데였다. 이곳은 140개의 화랑,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서점과 미술학원 등이 밀집한 'M5 예술촌'. 상하이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다. 상하이시는 예술과 문화가 도심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을 지켜보며 이곳에 창작공간만 들어올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진 웨이동 M5 예술촌장은 "모든 전시회를 영어, 프랑스어, 일어, 독일어로 안내할 정도로 상하이의 대표적인 국제 공간이 됐다"며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를 공기처럼 만끽하는 공간은 도심 경쟁력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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