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파리나무십자가 공연이 있었다. 어릴 적, 음악이 참 좋다가 아니라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끼게 해주었던 단체. 그로부터 25년이 넘게 흘렀고, 이 단체가 처음 만들어진지는 작년으로써 100년이 넘었다.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십 년째 세계투어를 지속하고 있는 예술단체. -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개 이상의 회사들 혹은 조직들 중 100년을 넘기는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은 십 년 넘기는 회사도 거의 없지 않은가.
그 100년이라는 역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공연만 하면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이 단체는 그 명성과는 아랑곳없이 그저 아주 수수한 차림으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지휘자의 옷차림은 수수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평상복이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성싶다. 공연도중 아이들-분명 10살 남짓한 아이들뿐이다.-은 공연연출에 필요한 아주 극소수의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열중쉬어 자세이다. 심지어 등퇴장 시 합창단 계단을 오르내릴 때조차도 아이들의 손은 허리뒤춤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리허설 시 잠깐 여유가 생길 때에 아이들 특유의 장난끼가 발동해 서로 장난을 치는 듯도 하지만 연습부터 공연이 모두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아이들의 손은 꼼짝하지 않는다. 마치 수인의 모습과도 같을 정도이다.
매 연주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지휘자는 무대 한쪽으로 분명히 비켜선다. 아이들이 박수를 받는다. 비켜 서 있는 지휘자는 그 박수 받는 시간을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얼마나 엄격한 훈련 시간이 있었을까. 그 과정들이 얼마나 엄격하였기에 연주가 끝이 날 때에 저렇게 당당하게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지휘자는 엄격히 훈련을 시켰고 연주 당일 그 훈련생들에게 박수를 한껏 안겨준다. 지금 저 25명의 단원과 지휘자가 받는 기립박수와 환호성 뒤에는 지난 100년간 수천 명 이상의 열정어린 사람들의 땀방울이 녹아있으리라. '파리나무십자가'라는 이름 하나만 남긴 채 말이다.
이들이 유지해 온 100년이라는 시간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엄격한 목적의식, 결코 쉽지 않았을 훈련의 시간, 누가 뭐라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내부규율, 그리고 시간과 현실을 넘어서 언제나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공동가치지향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런 명품 국가를 꿈꾼다. 저마다의 기질과 소양으로써 열심을 다 하되, 공동의 가치를 위해 2시간동안 손을 묶어둬야 한다면 기꺼이 묶어둘 줄도 알고, 2시간이 아니라 그 백곱절의 시간이라도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손묶음을 요구할 수도 있는 공동가치를 지니고 있고, 단 2초의 묶임에 대한 답답함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마침내 영광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 모두가 함께 했습니다'라는 말을 너도 나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사회 말이다.
김성열 수성아트피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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