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통장님은 불도저…" 영천시 금노3동 김종팔 통장

입력 2008-12-18 06:00:00

통장이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보다 훨씬 더 낫다? 물론 행정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통장의 권한이야 '어르신'들에 비할 수 없겠지만 주민들의 평가가 그렇다. 영천 금노동 3통 김종팔(52) 통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씨가 하루종일 발품을 파는 금노동은 영천역과 직선 거리로 300m, 시청과는 500m 거리에 있는 시내지역. 하지만 영천 유일의 군사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주민불편이 컸다. 건물 신·증축이 제한된 것은 물론이고 시내버스조차 들어오지 않아 '아직 이런 곳이 남아있나'는 이야기를 달고 사는 도심 속의 오지였다. 선거 때만 되면 각종 공약으로 넘쳐났지만 실현된 것은 없었다.

금노동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김씨가 통장을 맡으면서부터. '남들처럼 버젓한 마을회관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을 해결하기 위해 김 통장은 군부대측과 담판을 벌여 마을회관 신축을 이끌어냈다.

그 다음은 숙원이었던 '버스 운행'이었다. 김씨는 통장직을 맡고 난 직후부터 각계에 진정서를 냈다. '아직도 버스 없는 마을이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느냐'는 지극히 평범한 현실을 담았다. 그 결과 이 마을에는 지난달부터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어떤 선량보다도 능력있고 나은 통장님"이라는 칭찬이 쇄도했다.

김 통장은 주민편의를 위한 일이라면 동사무소, 시청 등 어디든지 드나든다. 최근에는 여러해 묵은 과제였던 마을 진입로 포장도 성사시켰다. 주민 옥영준(57)씨는 "말만 앞세우는 직책높은 '어른'들보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항상 우리편인 김 통장이 최고 일꾼"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김 통장 본인은 주위의 칭송에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직책보다는 얼마나 성의를 갖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이 많습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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