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5·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지난 1일부터 퇴근 뒤 집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 한달 수강료는 9만원으로 경기불황 속에 부담되는 액수지만 술 마시는 횟수를 줄이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불황에 건강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술을 줄이고 담배는 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스포츠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다. 골프연습장과 수영장, 헬스장, 백화점 문화센터 스포츠강좌 등은 퇴근 뒤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불황 속에서 건강이 최고라는 '보신주의(保身主義)'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대구 지산동 동아스포츠센터에 따르면 11~12월 골프, 수영, 헬스 수강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 이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겨울에는 원래 수강생이 감소하지만 올해는 예외"라면서 "건강을 우선하는 직장인이 증가하면서 퇴근시간 무렵이 가장 붐빈다"고 했다.
경기한파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비용이 적게 들고 시간 제약이 없는 스크린골프장도 골퍼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지역 스크린골프장은 300~400곳으로 파악되는데, 2년 전에 비해 8배 이상 증가했다.
대구 수성구 한 스크린골프장 관계자는 "이달에만 이용객이 20% 정도 늘어났다"면서 "스크린골프를 치면서 송년회를 대신하려는 모임도 많다"고 전했다.
대구시내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퇴근무렵이면 건강을 챙기려는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동아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우 12월 스포츠강좌 수강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특히 3개월에 6만원 정도로 저렴한 요가, 댄스, 스트레칭, 필라테스 등의 인기가 높다.
덩달아 스포츠상품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
대구지역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끝난 겨울 정기세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 안팎의 신장세를 나타낸 반면 스포츠용품의 매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스포츠상품 매출이 26%의 가파른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11월 겨울등산용품 전문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70% 이상 급증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술자리를 줄이는 대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포츠를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등산용품을 비롯한 아웃도어와 스포츠용품 매출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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