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으로 도처에서 아우성이 높아가고 있다. 한숨과 탄식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모처럼 출판계에서 희소식이 들린다. 출판계 역시 극심한 불황에서 비껴나 있을 순 없으나 문학, 특히 한국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인터파크의 종합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포함된 소설 16종 중 국내 작가의 작품이 9종을 차지했으며 교보문고의 소설분야 상위 20위 안에는 한국 소설 8종이 포함됐다.
반면 지난 몇 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는 올해 퇴조기미를 보였다. 한국소설을 밀어냈던 일본소설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 안에 지난해는 일본소설이 4종이나 포함됐지만 올해는 하나만 이름을 올렸다. 외국 소설 분야 상위 100위 안에도 일본소설은 지난해 7종에서 올해 4종으로 감소했다.
자기계발서 역시 인터파크 도서 집계에서 성장률이 전년대비 5%대에 그쳤다. 교보문고 집계에서는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자기계발서가 7종 포함됐으나 올해는 5종으로 줄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로 자기 계발과 돈벌이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어 경제경영서의 부진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한국소설의 부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 씁쓸하다. 경제 불황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는 법정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비롯한 '따뜻한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으나 2008년은 사정이 분명 다르다. 1998년에는 직장을 잃더라도 남보다 빨리 변화하고, 능력을 계발하는 등 '열정'을 갖고 달려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2008년은 자영업 몰락으로 그 희망마저 사라진 상태다. 외환위기 때는 직장에서 밀려나도 자영업 창업이라는 퇴로가 있었지만 이젠 그 퇴로마저 차단된 것이다. 그로 인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과 함께 희망 상실로 극도의 '냉소'가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스토리 중독성이 강해 사람의 심금을 움직일 수 있는 소설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2000년대 한국 문단에선 김훈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역사 소설을 내놓았다. 특히 김훈은 '역사 허무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사 소설의 범람은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와 대결하는 대신 현실을 회피하는 방도로 소설이 소비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한국소설의 부활이 경기 불황의 산물이라니 불황이 소설가들한테는 희망인 셈인가.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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