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원스럽게 눈이 내리고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원생활하고 있는 신랑친구가 비료부대를 준비해 놓았고 삼겹살 구울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얼른 오라 하였습니다. 고기가 모자랄까 싶어 좀더 사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 신랑 것, 아이들 것 잔뜩 챙겨들고 눈 내린 한적한 시골로 들어갔습니다. 늘 보던 그 비슷한 풍경에 눈이 내려 더할 나위 없이 조용했습니다.
역시나 제일 먼저 반갑게 맞는 건 멍멍이와 아이들이었습니다. 너른 마당 한 쪽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구들장 돌까지 얹어 놓았습니다. 집 앞에는 오후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놓은 듯한 눈사람 한 쌍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연방 사진도 찍고 비료부대를 들고 비탈진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신발 젖는 거 옷 젖는 거 아랑곳하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며 비료부대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삼겹살과 고구마를 구워먹고 언 몸을 녹이려 들어간 집에서 어른들은 오가는 술잔 속에 우정(?)을 쌓아 갔고 아이들은 이방 저 방 뛰어다니며 추억을 만들어갔습니다.
10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신랑친구의 가족들을 보면서, 아버지에서 아이들까지 이어지는 정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가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이리라. 그 성장 가운데 이런 친구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눈 오는 날 먹었던 삼겹살의 맛을 잊지 못해 오늘도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김혜주(영주시 영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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