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은행태도 안바뀌면 자금경색 안풀린다"

입력 2008-12-12 09:39:2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주식·채권·외환시장 등 금융권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나 제조업에서도 자금경색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진병용 대은경제연구소 본부장은 "요지부동인 자금경색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번 금리인하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성서공단 중소기업 한 사장도 "한은이 상반기 이후 은행에 이달까지 20조원을 풀었지만 기업들은 자금을 구할 수가 없다"며 "은행들이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권은 생기

한은의 발표가 있자 11일 원화 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30원 급락한 1358.5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간 118.50원 떨어지면서 지난달 11일 1,329.90원 이후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외화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연말까지 지속되지 않는 한 1,300원 아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주식시장도 5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56포인트 오른 1,154.43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간 14.69%나 뛰어올랐다.

채권시장에서도 약효가 곧바로 나타났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44%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3년 만기 국고채는 연 3.95%로 0.20%p 떨어지면서 모두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중금리인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 물) 금리는 0.69%p 하락하면서 2년 만에 최저 수준인 4.75%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 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부동산 시장은 아직 미동없어

이번 조치에도 부동산 시장은 당장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물경제 침체에다 금융위기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 또 은행이 시중 금리인하에 소극적이고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해 연내 대출이 활성화될지도 미지수다.

중개업소에는 이날 금리인하와 관련해 거래를 문의해오는 전화가 거의 없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사상 최고치의 미분양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금리인하가 거래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시장 회복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조치에 나선 데다 내년 이후 신규 공급물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경기만 뒷받침된다면 주택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

분양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는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시점에서는 금리인하가 거래 활성화에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며 "이자 부담으로 인한 매물도 줄어들어 수급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도 시큰둥

제조업 '돈 가뭄' 해소에는 약발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의 금융경색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빚어졌고 BIS 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을 대출마당으로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은행권의 대출잠그기가 4개월 이상 지속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5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전달 증가액(7조3천억원)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다. 지난달 월간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2월(-4조2천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한국OSG(주) 정태일 대표는 "비상 경제시국임을 감안, 정부가 기업대출을 위해 은행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보증기관들의 대출 평가기준 완화 등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한 금리를 내려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춘수·이재협·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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