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상의 야구 게임도, 야구광의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상상도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고의 타자들을 한 데 모은 '공포의 핵타선'이 내년 초 막을 올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다. 도미니카 대표팀이 그 주인공. 출전 예상 선수를 꼽아보면 파괴력에 있어서만큼은 역대 메이저리그 어느 타선보다도 낫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오른손 타자로는 대부분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 블라디미르 게레로(LA 에인절스) 정도를 꼽는다. 이들이 메이저리그의 한 팀에서 뛰기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도미니카 국기 아래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회 대회 때는 푸홀스만 도미니카 유니폼을 입었지만 당시 불참했던 라미레스와 게레로도 이번에는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본인, 부모, 조부모의 조국 중 한 나라를 택해 출전할 수 있는 대회 규정상 1회 대회 때 미국 대표로 뛴 로드리게스까지 도미니카호 승선 의사를 밝혔다.
'3할-30홈런-100타점'은 정교함과 힘을 겸비한 타자들만이 이룰 수 있는 기록. '괴물' 푸홀스는 2001년 데뷔 이후 줄곧 이 기준을 넘겼다. '타점 기계' 라미레스는 16시즌 동안 10차례, 구질을 가리지 않고 휘둘러대는 '괴수' 게레로는 13시즌 동안 8번, 현역 최고 연봉(2천800만달러)을 받는 '슈퍼 스타' 로드리게스도 15시즌 중 8차례나 이 기록을 돌파했다.
상대 투수에게는 이 정도만 해도 끔찍하지만 난관은 또 있다. 찬스에 강한 '빅 파피(Big Papi)' 데이빗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와 빠른 발과 장타력을 갖춘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가 뒤를 받친다. 오티스는 올 시즌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음에도 홈런 23개(타율 0.264, 89타점)를 기록한 거포. 29홈런을 친 소리아노의 방망이 솜씨도 이미 검증됐다.
애드리안 벨트레(시애틀 매리너스)와 미겔 올리보(플로리다 말린스)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벨트레(타율 0.266, 25홈런, 41타점)는 언제든 홈런을 쳐낼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춰 다른 나라 대표팀에선 중심 타선에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를 맡고 있는 올리보도 12홈런(타율 0.255, 41타점)을 날렸다.
힘은 나무랄 데 없지만 문제는 박빙의 승부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지는 타선의 짜임새. 한데 도미니카는 힘만으로 승부하는 팀이 아니다. 최고의 1, 2번 타자감으로 호세 레이예스(뉴욕 메츠), 헨리 라미레스(플로리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려 도루 78개를 성공시킨 레이예스(타율 0.297, 16홈런, 56도루)와 라미레스(0.301, 33홈런, 35도루)는 호타준족의 소유자들.
역대 메이저리그에도 '명품 타선'은 여럿 있었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등이 버틴 1920, 30년대 뉴욕 양키스 타선이 대표적. '살인 타선(Murder's Row)'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도 이들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신시내티 레즈의 '빅 레드 머신(Big Red Machine)'이 전성기를 누렸다. 자니 벤치, 피트 로즈, 켄 그리피 시니어 등이 활약하며 1975, 76년 월드시리즈를 연속으로 제패한 타선이다. 장타보다 종종 '기관총(Machine Gun)'으로 비유될 만큼 탁월한 연타 능력은 이들의 자존심이었다.
최근에는 199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타선의 위력이 대단했다. 케니 로프턴(타율 0.301, 25도루)-오마 비스켈(0.333, 44도루)의 테이블세터, 로베르토 알로마(0.323, 24홈런)-매니 라미레스(0.333, 44홈런)-짐 토미(0.277, 33홈런)의 중심 타선이 탄탄했다. 하위 타선의 데이빗 저스티스와 리치 색슨도 각각 21개, 31개의 홈런을 뿜어냈다.
이 호화로운 타선들조차 세계 정상을 꿈꾸는 도미니카 타선의 힘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도미니카는 1회 대회 때 본선 라운드에서 쿠바를 눌렀지만 4강전에서 다시 쿠바를 만나 패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이 눈앞에서 좌절됐다. 당시의 아픔을 씻기 위해 도미니카는 메이저리거들에게 대회 참가를 독려 중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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