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간 융합이 미래형 인재 키우는 길"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시련에 빠진 우리에게 새로운 비전과 위기 극복의 방향은 무엇일까? 매일신문사,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대구MBC는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지난 8일 대구MBC 스튜디오에서 임경순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기획위원장 사회로 열린 첫번째 토론회는 백성기 포스텍 총장의 '대학교육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란 발제와 강명구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장) 및 김형기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의장(경북대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 발제
21세기 '지식산업사회'의 의미는 '일자리'와 '부' 창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지식'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식을 창출하고 보존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대학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및 지역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대학들은 사회로부터 강력한 혁신 요구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학들은 지나친 등록금 의존율과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두가지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투자가 더 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학에 있다.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대학 개혁을 통해 지역과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제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학문간 융·복합과 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 발제자와 참여 패널간 토론
▶강 교수=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포스텍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백 총장=기업과 사회는 이미 국제화 세계화돼 있다. 대학인이 이에 적응하고 리딩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학문의 생존기간이 극히 짧기 때문에 전문지식을 쌓는 것보다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학, 물리, 언어 등 기초과목의 중요성이 커진다. 또 혼자서 모든 것을 공부할 수는 없으므로 언어와 문화, 종족, 국가의 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팀웍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맞춰 교육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김 의장=최근 학문간 벽을 깨는 융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포스텍에서 학문간 융복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백 총장=학문의 권위를 중시하는 교수진들이 벽을 깨는 융복합을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사회·문화·기업은 융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포스텍은 화학공학과 환경분야를 묶어 '에너지환경'으로, 산업공학과 기술경영을 묶어 '산업경영'으로, 또 전자공학과 컴퓨터 분야의 융합 등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도 학제간 융합으로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해양분야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해양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계, 생물, 화학, 재료, 지질 등 다학제간 접근이 필요하다.
▶김 의장=혹시 인문사회 분야와 이공계 분야의 융합시도는 없나?
▶백 총장=포스텍의 경우 솔직히 지금까지 인문사회 분야는 기본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부수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및 예술적 소양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강의 교류를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강 교수=이공계 출신자들에게도 사회에 대한 인식과 미래의 비전 등이 필요하다. 이공계 출신 중에 최고경영자(CEO)들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이 미흡한 것이 안타깝다.
▶백 총장=(교육중심대학의 개혁방향에 대한 방청객 질문에 대해) 30여개 지역 4년제 대학 모두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구와 교육이 분리될 수는 없다. 다만 방향성에 대한 대학별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강 교수=(서울대 학부혁신에 대한 사례 설명 요청에 대해) 서울대 재학생들의 취업선호 1위가 '공기업'이었다. 우수인재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모험과 도전에 나서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안정적인 직업만 선호하는 학생들을 둔 서울대가 어떻게 201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그래서 고민끝에 '자유전공학부'를 만들었다. 자유전공학부는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찾는 방식을 디자인하며, 내 생각과 판단을 만들어가고 설득해 가는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21세기형 인재양성을 지향한다.
▶김 의장=자유전공학부에서 실질적인 학문간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나?
▶강 교수=기초지식이 부족한 학부생들에게 학문간 융복합은 어렵다. 따라서 학부수준에서는 문과 학생에게는 수학을, 이과 학생에게는 글쓰기를 강조하는 등 융합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초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융합지식을 위해 몇가지 전공분야를 묶어 '학생 자기 설계 전공'을 만들었다.
▶김 의장=(대학교육혁신 방향에 대한 방청객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되는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 그런데 과거 교육은 '모방의 교육'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또 다시 닥친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창조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질성과 다양성이 함께 수용되고, 다른 분야와 교류·소통함으로써 창의성이 발달한다. 입시와 대학교육 과정 모두 대개혁이 필요하다.
▶백 총장=대학입시의 파행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들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단순히 성적 좋은 학생이 아니라, 어떤 학생을 뽑아 어떻게 교육시키겠다는 분명한 교육철학을 가져야 한다.
▶김 의장=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중에서 '교육'도 중요한 분야로 제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녹색성장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장기적 안목에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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