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수능성적표를 받은 수험생들은 착잡한 마음이다. 내 성적으로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지원해야 합격의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 성적이 발표되면서 고교와 입시학원에서는 상담을 통해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짜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수험생은 지금부터 희망 대학과 학과 가운데 자신의 성적이 가장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2009 입시 특징
이번 입시에서는 수능시험 성적표기 방식이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성적 표기방식으로 바뀐 점 이외에 여러 변화가 있다. 먼저 대학별 고사에 변화가 생겼다. 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에서는 수능성적의 변별력 저하를 이유로 대학별 고사가 많이 실시됐으나 이번 입시에선 점수제로 바뀌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하대 및 일부 특수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시하지 않는다. 또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도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에서는 실질 영향력이 낮아질 전망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로스쿨 설치 대학들의 경우 법대가 폐지되면서 경영 및 경제 관련학과, 사회과학대,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수험생들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의 기존 4년제 교육과정이 '2(학부 2년)+4(약대 4년)'체제로 전환됐다. 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 고교 졸업 후 바로 약대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2년 과정을 마치거나 전문대를 졸업해 약학입문자격시험 등 대학별 선발고사를 거쳐 4년 과정의 약대에 입학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약대 모집이 없는 대신 생명과학, 미생물, 화학, 간호학과 등의 지원자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정시모집에선 대부분 대학이 실시하던 정시 논술고사가 폐지되고, 수능반영비율이 확대됐다. 이 밖에도 모집군의 변경, 수시 인원의 확대로 정시 인원의 감소 등 대학마다 크고 작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입시 목표 설정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지원전략이 달라진다. 2009학년도에 대학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한 모집군에서는 소신지원을 하더라도 나머지 군에서는 하향지원을 해야 한다. 입시기관에서 제공하는 배치 자료점수와 자신의 성적이 동일해도 경쟁률이나 학생들의 지원 성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군을 자신의 성적에 맞춰 지원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반면 목표로 하고 있는 수준 이하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재수를 선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상향지원 및 소신지원을 해야 한다.
상향이나 소신지원, 하향지원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대학 '간판'과 학과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이든지 의예과면 상관없다는 학생과 학과에 상관없이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과는 지원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 대학 입시요강 수집 및 분석
전국 200여개 대학의 모집요강 모두가 제각기 특성이 있다. 경신고 최성용 교사(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 부회장)는 "국내 대학의 전형요소가 2천300여 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희망 대학이나 학과 가운데 자신의 점수가 유리한 전형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학생부, 수능, 대학별 고사 등의 반영 방법을 숙지해야 전형 자료별 경쟁 우위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부=학생부 반영률 및 감점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수능성적만 믿고 지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목표 대학의 모집요강이나 홈페이지에 제시된 학생부 성적 산출 방법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특히 학년별 반영 비율, 반영 교과목 수, 기본점 등을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능성적=대학별로 수능활용지표(표준점수·백분위)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점수 체계를 확인한다. 대체로 여대와 중위권 대학, 지방 소재 대학에서 백분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도권 및 지방 국공립대학은 수능 4개 영역(언·수·외·탐)을 반영하지만 일부 영역만을 반영하는 경우에는 수능 총점이 같더라도 영역별 득점 수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별 고사=대학별로 실질 반영 비율, 주요 평가 요소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논술 및 구술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으므로 무리한 지원보다는 자신의 준비 상황에 따른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 작성
정시모집에서는 지나친 하향 지원보다는 3번의 복수 지원 기회('가' '나' '다'군별)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은 합격 위주의 안전 지원을 하고 또 한번은 적정 수준의 지원, 나머지 한번은 소신껏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가와 나군에 몰려 있다.
따라서 서울의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가와 나군의 대학 중에서 반드시 1개 대학에는 합격해야 한다는 전략을 짜야 한다. 하지만 다군은 모집 대학 수와 정원이 적은데다 가와 나군의 대학 중에서 다군에 분할 모집하는 대학의 경우 가군과 나군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많이 지원하기 때문에 경쟁률과 합격점이 올라간다. 따라서 다군 지원자들은 가와 나군에 합격한 복수 합격자들의 대학 간 이동으로 많이 빠져나가겠지만 그래도 합격선이 올라간다는 점을 유념해 지원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와 비슷해 정시에서 일부 대학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성고 유철환 교사(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 회장)는 "무조건 붙고 보자는 생각으로 적성에 맞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의 적성과 성적을 잘 아는 담임교사와의 면밀한 상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 입시 전략 5개 핵심 사항
대학별, 학과별 전형 요소와 방식이 다양한 대학입시에서는 정확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따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입시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5개 핵심 사항을 정리했다.
①자신의 수능점수의 장·단점 파악하라
2009학년도 입시에선 수능 비중이 커졌다. 따라서 자신의 수능점수의 특징과 장단점을 분석해야 한다. 이번 정시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보면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42.7%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표준점수 활용 27.2%, 기타 혼합형 17.4%, 등급 활용 12.7% 등이다. 수능 점수제로 바뀌면서 대부분 대학들이 표준점수, 백분위를 수능 활용지표로 쓰고 있다.
②계열별 반영 영역 유형을 분석하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대부분 주요 대학에서는 4개 영역 모두를 반영한다. 하지만 일부 의학계열에서는 '2+1'을 채택하고 있다. '2+1' 반영 대학의 경우 '3+1' 반영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모집 단위라고 해도 합격선 및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언·수·외·탐 반영 대학이 가장 많으며, 전년도에 비해 필수 지정 영역보다 선택 영역을 확대한 것이 눈에 띈다.
③수리영역 및 탐구영역 반영 방법을 숙지하라
대부분 주요 대학들은 인문계열의 경우 수리 가와 나형,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를 반영한다. 자연계열의 경우 선택이 가능하더라도 의예과 같은 주요 학과의 경우 수리 가형 및 과탐을 지정해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④유리한 반영 영역을 찾아라
주요대의 경우 대부분 4개 영역을 반영하지만, 대학에 따라 3개 영역을 지정 반영하거나, 선택 영역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자신의 반영 영역 조합 중에서 어떤 조합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⑤가산점도 챙겨라
인문계열은 사회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가장 많다. 모집단위의 특성에 따라 특정 영역 및 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경북대처럼 사회탐구 등 특정 과목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있으며, 단국대는 수리 가형 선택 때 가산점이 붙는다. 외국어계열학부, 국제학부 등은 제2외국어 영역에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계열은 수리 가·나형과 사탐, 과탐을 모두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 수리 가형 또는 과탐 영역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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