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예산안을 제때 처리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9년째 상습적으로 이어오는 악폐이다. 지난 2일 헌법이 정한 처리시한을 어긴 여야는 이미 정기국회는 그대로 지나치고 오는 12일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해 놓은 마당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어제 정기국회 마지막 날마저 고작 5석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에 눌려 파행을 빚은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민노당은 어제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종부세법의 통과를 막는다고 법사위원장실을 점거했다. 종부세법을 비롯한 예산 관련 법안 9개의 상정 자체를 방해한 것이다. 그 전날에도 여야 원내대표 회의장에 들이닥쳐 훼방을 놓았다. 이건 행패나 다를 바 없다. 토론과 다수결원칙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짓이다. 자기 당의 정치적 선전을 위해서라면 국회법이고 의회민주주의이고 휘젓고 말겠다는 것이다.
종부세에 대해 민노당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서민 소외 소수 대변을 자처하는 정파로서, 좌파적 평등을 목숨처럼 삼는 정당으로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과 차별적 의정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반대 의견이라도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통할 때라야 민의 대변기관으로서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의원 배지를 달고 거리의 데모꾼처럼 나오는 것은 경박해 보이고 생떼로 비칠 뿐이다. 의회민주주의 원칙마저 무시할 바에는 차라리 국회를 떠나 거리에 나설 일이다.
우리 국회는 그러잖아도 의사당 점거, 물리력 동원, 날치기 통과 같은 부끄러운 과거로 얼룩져 있다. 진보적 가치를 앞세우는 정당이 그런 나쁜 전통을 이어가서야 될 일인가. 민노당은 토론과 합의에 바탕한 의회민주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뜩이나 꾸물대는 바람에 갈 길이 바쁜 게 내년 예산이다. 죽어 가는 서민경제를 위해서도 국회 일정을 발목 잡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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