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끈다던 동성로 '구제골목' 가보니…

입력 2008-12-09 09:03:12

예외 없는 불황…매출 반토막

▲ 서민들에게 값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구제골목이 경기침체로 찾는 이들이 줄어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서민들에게 값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구제골목이 경기침체로 찾는 이들이 줄어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8일 대구시 중구 구제골목. 골목 양 옆으로 옷 가게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디자인과 빛바랜 옷들이 가게는 물론 길거리까지 가득 채운 가운데 50, 60대 여성 고객들이 옷을 고르면서 상인들과 흥정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외국에서 건너온 옷과 가방, 신발이 수북히 쌓여있고 상인들은 보풀제거기로 옷을 손질하고 있었다.

대구시 중구 구제골목이 갈수록 '세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창업비용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적게 들면서 구제의류점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

구제의류점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구제골목에는 300여개의 상점으로 늘어났다. 한 점포 안에 상인들이 서너명씩 장사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점포수를 세기 어렵다.

구제 창업의 장점은 인테리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중구 화전동 골목에 있던 식당과 귀금속 가게가 불황으로 문을 닫으면서 수년사이 구제의류점으로 탈바꿈했다.

'구제'는 오래 되고 낡은 옷으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외국에서 들여온다.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독특한 것이 장점이다. 바지는 5천원, 코트는 2만~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 구매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장년층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애용하고 20대 여성들은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다.

하지만 구제의류 상인들은 요즘 매출이 급감하면서 울상이다. 경기가 좋아져야 사람들이 옷을 사입고 그 옷이 다시 구제시장으로 몰려드는데 요즘엔 경기침체로 옷 구입을 줄이면서 팔만한 물건이 없다는 것. 게다가 주고객층이 40~60대인데 요즘엔 지갑이 얇아지면서 찾는 손님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10년째 구제골목에서 장사하고 있는 김모(55·여)씨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주부들이 부업으로 구제의류점을 열었다가 폐업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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