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료수가 '딜레마'

입력 2008-12-08 06:00:00

"정신과는 의료수가를 어떻게 매길까?"

의료수가는 보통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진료, 입원,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정도 등에 따라 심의·결정된다. 그런데 다른 진료 과목들은 진료 자료 및 기록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반면 정신과는 주로 상담 중심이기 때문에 진료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측정·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신과는 근무시간 및 일일 환자 수 등 여러 가지 심의 기준이 있지만, 다른 진료과목보다 '시간' 개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 정신요법의 경우 상담 시간을 3가지(15분 미만, 45분 미만, 45분 이상)로 구분, 정신요법 시간에 따라 의료수가를 차등 지급한다.

사실 이에 따른 정신과 의사들의 불만도 있다. 상담을 하면서 상담 내용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는 것. 더 힘든 문제는 환자들의 항의. '왜 상담 내용을 기록하느냐' '적지 마라' 등의 항의와 반발이 적잖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병·의원을 직접 찾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불만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상담 기록량이 적으면 수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받은 수가를 환급하는 경우도 적잖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지만 현장 확인까지 잦아지면서 '너무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 대구 한 정신과 전문의는 "심층분석요법(45분)의 경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종이 한 장에다 자필로 상담 내용을 빼곡히 적어야 할 정도"며 "'상담 시간은 길게 돼 있는데 왜 기록 내용은 짧냐'면서 높은 상담료를 받았다며 삭감하는 일도 비일비재"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정신과의원 원장은 "환자들은 자신의 얘기를 기록하지 말라고 하며 따지는 경우도 많아 몰래 혹은 안 그런척 하며 기록하느라 진땀을 빼고 상담에도 방해가 되는 등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게다가 1, 2년 전부터 심사가 강화됐고 최근엔 실사까지 많아지면서 의사들 사이에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정신요법에 대한 의료수가를 정했고, 상담 기록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기준을 감안해 함께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사평가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정신과의 경우 면담 진료가 많고, 면담이 깊게 또 오래 이어지는 경우 의사들도 힘들기 때문에 정신요법 시간에 따라 수가를 구분,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현장 관리 차원에서 병·의원 확인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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