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비수도권 동반성장해야 국난 극복"

입력 2008-12-05 09:39:54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

▲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소장 한도형)가 4일 오후 국제경상관에서 개최한
▲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소장 한도형)가 4일 오후 국제경상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단과 교훈'. 10명이 넘는 교수들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윤정현 인턴기자

'세계 대공황'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 지역의 경제학자들이 한결같이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경제학자들은 1920년대말 미국 대공황때와 비슷한 점을 열거하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으며 한목소리로 금융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경제학자들은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해서도 혹평, 우리 경제가 과연 이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소장 한도형)는 4일 오후 국제경상관에서 경북대 교수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단과 교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공황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던 1920년대는 '광란의 시대(The Roaring Twenties)'라고 불릴만큼 부동산 광란기였다. 금융위기를 가져온 최근 미국상황과 흡사했다. 게다가 대공황이 일어나기 직전 1920년대엔 공화당 정권하에서 부자들에 대한 감세정책이 일어나면서 빈부격차가 매우 커졌고 커진 빈부격차로 인해 중산층·서민의 구매력이 급감, 대공황을 더욱 장기화시켰다. 지금의 미국 상황은 그때만큼 빈부격차가 커져 이미 닥쳐온 실물불황을 더욱 장기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공황 직전 공화당 정부의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나라 강만수 경제팀이 생각난다. 부자들 세금 수백만원을 깎아주기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최상위 몇%만을 위한 정책이다. 최상위층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인해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면 경제위기는 더욱 오래가고 불황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고 주장했다.

김형기 교수도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부시 행정부처럼 금융규제완화를 부르짖고 감세를 한다면 또다시 1997년 외환위기때처럼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헌신했어야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이제 다시 되돌려놓아야한다. 금융주도 경제가 아니라 지식주도 경제로 나아가고 대-중소기업간, 수도권-비수도권간 동반성장체제를 확립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뉴딜정책을 마련해야한다. 중산층,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민생회생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인봉 교수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을 파산으로 몰고간 부실채권 규모는 아직도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다. 내년 3월이 되어야 마지막 부실채권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 금융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후행하는 실물경기 추락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원화값의 급락과 관련,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화폐보다 원화값이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 결국 한국경제는 허장성세였으며 그동안 명목환율과 실질환율의 차이가 너무 컸다"고 말해 원화값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김석진 교수는 "역사적으로 제국의 멸망은 금융위기로 인해 이뤄졌고 금융의 불안정이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던만큼 금융위기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태"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은행위기 보고서를 보면 위기가 끝나는데 평균 53개월이 걸렸던만큼 각 경제주체들은 이 위기가 상당 기간 오래갈 것으로 보고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 측은 지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심포지엄은 이날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밝혔으며 경제·경영학과 교수들 외에 사회복지학과 등 경제학 이외 전공 교수들도 이 자리에 참석,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학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