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이 추구하는 미래 가치는 무엇일까. 공공예술의 선진도시 시카고에서 발견한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생태교육과 생태건축이었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미래세대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재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을 일컫는 말이다.
▨생태교육 어릴 때부터
시카고 공립초등학교 'Inter-American Magnet School (IAMS)'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중 언어교육과 함께 생태교육으로 이름난 곳이다. 12년 동안 시카고 개발계획자로 일해 온 생태건축가 카르멘 비달 알레(Carmen Vidal Hallett)가 학부모 겸 카운셀러로 생태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공공예술을 어떻게 학교교육과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 생태건축과 연관성이 있는 정원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원프로젝트는 브라질계 미국인인 카르멘 비달 알레가 지난해 세계적 생태도시 브라질 쿠리치바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을 공부한 뒤 시카고로 돌아와 처음 시도한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라서 무엇이든 빨리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어릴 때 받은 환경교육은 친환경적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쿠리치바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도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생태교육을 받았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 온다."
그녀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정원을 조성한 뒤 빗물을 모아 자원으로 활용했다. 학교에서 배운 산수를 이용해 정원에 필요한 빗물의 양이 얼마인지 등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또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이용해 텃밭도 만들었다. '무엇을 심을 것인가'는 아이들과 의논해서 결정했다. 봄에 파종을 하고 겨울에 종자를 보관하는 방법까지 아이들에게 전 과정을 체험하게 했다.
IAMS 생태교육은 시카고시 정책과 학교 내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시카고시는 신축 학교 건물은 친환경 인증(LEED-The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을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도입했고 아이들과 늘 씨름했던 분리수거 문제도 해결됐다. 정원프로젝트는 처음 5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아 전체 학년으로 확대되었다. 정원프로젝트의 성공은 학부모, 선생님, 지역 사회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 단체는 정원 조성을 지원한데 이어 여름 방학 동안에는 정원 관리를 맡았다.
카르멘 비달 알레는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하우징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생태건축
시카고시는 201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녹색도시 건설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카고그린테크놀로지센터(Chicago Center for Green Technology)는 시카고시의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태건축물로 미국에서 세 번째,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기존 건물을 개조해 2002년 완공된 시카고그린테크놀로지센터에는 여러가지 친환경 실험들이 도입되어 있다. 맥도날드에서 사용한 폐 콩기름으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고 있으며 로비에는 별도 의자를 설치하지 않고 난방기기를 장식해 의자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옥상에는 태양열을 모으는 장치와 함께 정원이 조성돼 있다. 건물 전체 사용 전기의 40%를 태양열로 충당하고 있으며 정원은 건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 정원은 시카고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다. 오대호와 접해 있는 시카고는 여름에 폭풍이 많이 몰아치기로 유명하다. 여름 폭우는 시카고의 배수처리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어서 시카고시가 옥상에 정원 조성을 권장하게 되었다.
시카고그린테크놀로지센터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경회사 'Christy Webber Landscapes' 건물도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것이다. 태양열로 끓인 물로 건물 냉난방을 하고 그린하우스(실내 정원)에도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린하우스는 식물이 만든 신선한 공기를 데워서 건물 내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옥상 정원에는 바람의 도시 시카고의 특성을 고려해 풍력탑이 설치되어 있다.
시카고에서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 "온난화 막을 시간 20년 밖에 안남아"
케빈 피어스(Kevin Pierce·사진)는 시카고그린테크놀로지센터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그를 만나 시카고 생태건축에 대해 물어봤다.
-생태건축에 대한 건물주의 인식은.
"몇년 전까지 생태건축을 꺼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로 에너지 효율을 비교해 본 결과가 나온 뒤로는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10년 전 친환경 인증 건물이 하나도 없었지만 현재는 3~4%에 이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시간은 20여년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신축되는 건물은 전체 건물의 3~6% 정도에 불과하다. 이 건물들 모두 생태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지구 온난화 방지에 효과를 나타내려면 50년은 걸린다. 기존 건물을 생태건물로 개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생태건축을 할 때 시에서 주는 혜택은.
"생태건축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하면 허가나 빨리 나고 부동산세금을 감면해준다. 가장 큰 혜택은 빌딩 자체에서 나온다. 휴렛 패커드 재단 조사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생태건축물을 지었을 경우 일반 빌딩신축에 비해 7% 정도 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건물 수명을 30~60년으로 잡고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50%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아파트가 많은데 공동건물에도 생태건축을 적용한 예가 있는가.
"시카고에도 상업용 건물보다 거주용 건물이 훨씬 많다. 생태를 고려한 아파트라고 광고를 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난방을 많이 하는 주거 공간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스페인은 새로 짓는 주거용 건물에 태양열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겨울철 문틈 사이로 나가는 에너지 손실이 생각보다 많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생활에 적용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작지만 중요한 것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일이 생태를 생각하는 첫걸음이다."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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