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 성격이 바뀌고 있다. 기업체 중심의 집단 모임이 줄어들고 가족과 지인, 동호회 중심의 송년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악화된 경제난으로 기업체들이 '송년의 밤' 행사를 대폭 줄이면서 송년회, 망년회 등 대형 모임 대신 단체의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형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형식 파괴=포트럭(potluck), 공연족, 호텔 파티족
김보경(40·여)씨는 올해 사진동호회의 송년모임 형식을 바꿨다. 매년 순번을 정해 회원 집을 방문, 송년회를 하던 기존 방식을 깨고 각자 음식을 만들어 파티를 즐기는 포트럭(potluck) 방식으로 바꿨다. 가족 동반 모임이라 15명가량의 음식을 한 집이 한꺼번에 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씨는 "다들 허리띠 졸라매는 판국에 한 집에서 음식 장만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회원들이 짜낸 묘안"이라고 전했다.
미국계 제조회사에 다니는 김종철(39)씨는 올해 산악자전거동호회(MTB) 송년모임을 술자리 대신 뮤지컬 '맘마미아' 관람으로 정했다. 주말마다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한 동호회 회원들이 생각해낸 대안이다.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임 방식을 고민한 결과 '중년 여성의 로망'이라는 뮤지컬 맘마미아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술 마시며 즐기는 일회성 모임에서 벗어나 아내와 함께 기억에 남는 송년회를 하고 싶어 회원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젊은층 사이에선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파티를 하는 호텔파티족이 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나 12월 31일 등 기념일을 정해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파티를 즐기는 것이다. 김형근 노보텔대구 마케팅 과장은 "대구에서도 친구 3, 4명이 모여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파티를 즐기는 호텔족들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장소 파괴=지는 호텔 연회장, 뜨는 공연장
지난달 20일 계명아트센터에서 장기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최근까지 42개 단체, 2천147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또 26개 단체, 600명의 관객이 예매(2일 현재)를 해 둔 상태다. 단체 역시 대구한의사협회와 북대구우체국, 구미정보고등학교, 북상회 등 협회와 학교, 공기업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기획공연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역시 6일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7일 공연 역시 70%(3일 현재)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과 전통 발레 등 고품격 공연으로 송년모임을 대체하는 이들이 공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반해 호텔 연회장은 울상이다. 인터불고호텔은 현재 연회장 예약률이 전년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또 기업체 예매는 전무한 대신 각종 협회와 동기회, 가족모임 등 소규모 행사가 주를 이룬다. 박완기 인터불고호텔 마케팅 차장은 "기업 송년의 밤 행사는 단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소규모, 지인 위주의 단란한 형태 모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그랜드호텔과 노보텔, 엑스코 역시 마찬가지. 노보텔 한 관계자는 "10월과 11월부터 송년회 행사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문의를 하는 기업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대신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나 단체에서 하는 송년모임 예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음식점 역시 송년회 문의가 뜸하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값비싼 일식집 예약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대신 1만원에서 1만5천원 상당의 저렴한 한정식 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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