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고용 빙하기' 오나

입력 2008-12-04 08:55:36

대구노동청 휴업·휴직 등 지원 제도 신청 급증

대구권 최대 제조업체이자 350여개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 한국델파이가 최근 노조와 휴업 및 고용유지훈련 등 '일자리 유지'를 위한 대책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역내 산업현장 봉급생활자들에게 한겨울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단은 "함께 버텨보자"

3일 대구노동청과 한국델파이 노조에 따르면 한국델파이 사용자 측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전 공장이 휴업하고, 일부 공장에 대해서는 이달 고용유지훈련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 유지대책을 노조에 전달,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한국델파이는 최대 납품처인 GM대우가 판매부진으로 생산라인을 멈추면서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또 한국델파이 휴업으로 350여개 협력업체도 동시에 상당 부분 일감이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한국델파이의 협력업체가 많은 대구 성서 및 3공단지역 차부품업체들도 잇따라 휴업 또는 휴직 등에 들어가고 있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휴업 또는 휴직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성서공단과 3공단 등 대구북부고용지원센터 관할 지역에서 지난달 가장 많았다(66곳). 지난달 대구경북지역에서 휴업·휴직·훈련 등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대책을 이용하겠다는 업체는 모두 172곳이었고 이 가운데 38%가 성서 및 3공단 일대였다. 다음으로는 구미지역으로 모두 53곳이 신청, 31%를 점유했다.

포항권은 27곳, 대구 달성·진량·영천산업단지권이 21곳 등이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대구권의 차부품, 구미의 전자산업이 가장 먼저 '세계 공황'의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휴업에 들어가기 위해 대구시내 고용안정센터를 찾았다는 한 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지금 독감에 걸렸다. 완성차업체가 독감이면 1차 부품업체들은 중병에 걸리게 되고, 2·3차 밴드들은 시한부 인생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사장님이 '이런 불경기에서 식구들을 어떻게 내치느냐'고 해 노동부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제도 활용하면?

이완영 대구노동청장은 지난달 "고용유지지원제도 활용을 통해 근로자를 감원하지 말아달라"는 청장 명의의 호소문을 대구경북지역 5천500여 기업에 보냈다.

사용자들은 일단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신청 기업수(172곳)는 지난해 같은 시기(39곳)와 비교하면 4배 이상 폭증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 감소 등의 경영 악화로 감원이 불가피해진 사업주가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 정부는 적립돼 있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준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우선 휴업을 하게 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휴업수당의 3분의 2를 지원한다. 유급휴직을 시키면 사용자가 지급한 휴직수당의 3분의 2를 고용유지지원금에서 충당해 준다. 무급휴직에 들어가면 근로자 1인당 월 20만원을 지원해준다.

무한정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휴업이나 휴직 모두 연간 180일 한도다.

노동부는 휴업이나 휴직보다는 '훈련'을 권장하고 있다. 훈련을 받게 되면 사용자가 지급하는 통상임금의 4분의 3을 노동부가 대주는 것은 물론, 훈련비까지 준다. 휴업이나 휴직보다는 사용자의 임금부담이 훨씬 더 줄어드는 것. 게다가 휴업·휴직은 연간 지원기간이 180일이지만, 훈련은 270일로 훨씬 더 길다.

훈련 요건은 근로자가 평소에 했던 업무와 유사한 훈련을 받아야 하며 하루 4시간을 근무시간 중에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기간 중에는 감원은 물론 신규채용도 할 수 없다.

◆6개월간의 동거가 끝나면?

성서산업단지를 관할하고 있는 대구북부종합고용지원센터 남택조 소장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고용유지지원제도에 대한 문의를 해와 매일 설명회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일단은 함께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는 하루 평균 50, 60명 수준이던 실업급여 신청자가 갑자기 100명선으로 급증, 해고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해고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업·휴직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연간 6개월뿐이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가장 긴 '훈련'을 하라고 사용자들에게 권고하지만 훈련보다는 지원기간이 훨씬 짧은 휴업·휴직이 선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대구경북지역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 172곳 가운데 휴업(150곳) 및 휴직(9곳)을 택한 기업이 절대 다수였고 훈련은 13곳뿐이었다.

대구지역 한 차부품업체 노조 관계자는 "답답하다. 솔직히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5, 6개월 내로 일감이 확 늘 것 같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수혜를 입는 기간이 지나면 대규모 해고사태가 올 수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사용자가 협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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