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시모집 어떻게…진학지도協 교사 3人 대담

입력 2008-12-02 06:00:00

해마다 이맘때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이 있다. 고교의 진학 담당 교사와 3학년 담임 교사들이다. 특히 수능시험 성적표가 나온 날(12월 10일)부터 대입 정시모집 원서마감일까지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집중적인 진학상담을 해야 한다. 이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학생의 '인생'이 걸려 있고, 학교의 '명예'도 무시할 수 없다. 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유철환 회장(계성고 교사), 최성용 부회장(경신고 교사), 박영식 총무(청구고 교사) 등 3명의 교사들과 대입 진학상담을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봤다.

-고교에서 진학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최성용=학생들에게 모집 군별로 희망 대학 2곳 정도를 골라 최근 경쟁률, 전형요소 및 방법, 합격점 등을 검토해서 정리한 상담카드를 제출토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과 개별 상담을 한다. 담임교사 위주로 상담을 하지만 진학지도부장이나 연구부장이 도와주기도 한다. 200여개 대학의 전형요소가 2천300여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자료수집과 분석이 뭣보다 중요하다.

▷유철환=진학상담에는 과거 자료와 배치기준표가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올해의 지원경향이 학생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고교 3학년 담임은 물론 다른 학교 교사들 간의 정보교류를 통해 원서지원 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진학상담 때 어떤 자료들을 활용하나

▷박영식=대구경북권 대학은 대구진학지도협의회(이하 진협)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한다. 수능성적이 발표된 뒤 지난 입시결과 자료와 대구 학생들의 수합된 성적을 갖고 배치기준표를 만든다. 수도권과 다른 지역 대학은 대구의 자료만으로는 보편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외부(입시학원)에서 만든 자료와 고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한다.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분석한 자료는 기본이다.

-상담을 할 때 중요시하는 사항은

▷유=학생의 합격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이와 함께 학생이 하고 싶은 분야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대학이나 학과 선택이 되도록 잘 도와줘야 한다. 무조건 붙고 보자는 생각으로 하향 지원을 하는 것을 말리기도 한다. 때론 올해는 여건이 안 되지만 도전하고픈 곳이 있다면 재수도 권유한다.

▷최=인문계열의 경우 학과와 직업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대학' 위주로 진학지도를 한다. 반면 자연계열은 학과가 직업으로 바로 연결되는 경향이 높아 학생의 적성에 맞게 지원토록 유도한다. 아버지가 의사인 한 학생의 경우 부모가 원하는 의대에 가기 싫다면서 전기전자공학과를 고집해 진학했는데 그 학생은 대학생활을 성실히 보내고 있다. 가능한 학생의 희망을 따라 주는 것이 좋다.

▷박=합격 가능성만 최우선 요소로 여기지 않는다. 평소 학교생활을 통해 파악된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고려해 상담을 한다. 그리고 10~20년 뒤를 내다볼 수 있는 '선택'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진학지도의 애환과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

▷최=할아버지 유언대로 서울대 행정학과에 지원해야 한다며 고집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서울대엔 행정학과가 없다. 점집을 찾아가 아직 원서 접수도 시작하지 않는 곳에 몇 시까지 접수하면 합격한다는 말만 믿고 '동분서주'하는 부모들도 봤다. 부모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이처럼 잘못된 정보와 맹신은 자녀를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박=학교에서 고민을 거쳐 진학상담을 마쳤는데, 다시 사설 입시기관에서 상담을 한 뒤 진로를 바꾸는 일을 접할 때면 허탈하다. 더욱이 그 학생이 입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학생을 가장 잘 알고 학생의 진학지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점을 학부모들이 잘 생각하시길 바란다.

-진협은 어떤 단체인가

▷유=1976년 일부 사립 고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자생적이며 독립된 교사 모임이다. 지금은 대구의 일반계 고교의 진학 담당 교사 64명이 활동하고 있다. 교사 개인이 진학지도를 하기엔 힘든 점이 많아 머리를 맞댄 것이다. 수능시험 뒤 상담에 필요한 배치기준표를 만드는 일이 가장 큰 '농사'다. 교사를 상대로 입시설명회를 열며, 홈페이지(www.daegujinhak.or.kr)를 통해 각종 입시자료를 제공하고, 정시모집 시기엔 1대1 온라인 상담도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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