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초교서 바로잡아야죠
"요즘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다. 1가정 1자녀화와 핵가족화가 보편화되고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공부'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세태다. 그렇다 보니 예절교육은 아무래도 등한시될 수밖에 없고 교육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부터 '예절교육체험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까?
◆체험으로 효과 '2배'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 달성초등학교의 '글로벌 예절관'. 침산초교 4학년 4반 학생들의 예절교육이 있었다. 지하철을 그대로 옮겨놓은 부스에선 도우미로 나선 한 학부모가 "내리는 사람이 먼저일까요, 타는 사람이 먼저일까요"라며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학생들은 "내리는 사람이 먼저요"라며 입을 모은다. 또 한 학생이 노인 행세를 하자 다른 학생이 그 학생을 부축하며 노인석에 앉힌다.
공항과 비행기 안을 본뜬 부스에선 기내 예절 교육이 한창이다. 강사가 "기내 화장실에선 'VACANT'(비어있는)라 표시돼 있을 때 사용하고 'OCCUPIED'(사용 중)이라고 돼 있을 땐 기다린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달성초교는 6월부터 유휴교실 3칸을 예절교육체험센터로 개조했다. 시교육청으로부터 5천여만원의 시설비를 지원받아 예절교육실과 전통예절실, 글로벌예절실을 갖추고 각 교실마다 상황에 맞는 부스를 설치해 교육과 체험을 병행하고 있는 것. 이곳에선 매일 교내 학생뿐 아니라 인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듣는 교육에서 벗어나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재밌다. 침산초교 4학년 이정후군은 "예전에 몰랐던 사과 깎는 법이나 차 끊이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해보니 무척 유익했다"며 "앞으로 집에서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우미로 나선 조예심(42·여·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가정에서 예절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은데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며 "앞으로 시간도 좀 늘리고 교육도 좀 더 세부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엔 12개교로 확대
예절교육체험센터는 달성초교뿐 아니라 시지초교, 북부초교, 장동초교, 죽곡초교 등 모두 5개 학교에 마련돼 있다. 이들 학교는 지역별 거점학교 역할을 하면서 인근 학교 학생들의 예절교육을 맡고 있다. 각 센터에는 전문 강사 2명과 연수를 통해 선발된 학부모 도우미 5, 6명이 활동하고 있다. 거점학교들은 각 학교들의 신청을 받아 연중 주 4회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교육을 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한복입기와 다도 등의 전통예절과 레스토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양식예절, 그리고 지하철과 공항 등에서 쓰이는 글로벌예절 등을 배울 수 있다. 체험을 통한 생생한 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달성초교 임후남 교사는 "한번씩 체험 후 설문조사를 하면 학생들의 90% 이상은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센터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5개교에서 내년에 7개교를 추가로 운영해 총 12개교로 만든다는 것. 또 매뉴얼 개발을 통해 센터에서뿐 아니라 각 학교에서도 예절체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정병우 장학사는 "현재 센터 이용 초등학생이 전체의 17%에 불과하지만 내년 확대 운영을 통해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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