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한글 참 어렵대'

입력 2008-12-01 06:00:00

11월 28일 대구시청에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국어책임관 회의'가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열렸다.

국어책임관 제도는 2005년 국어기본법 제정에 따라 국어책임관을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두어 공문서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행정용어나 외래어 남용 등의 행태를 바로잡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지자체 문화예술과장이나 홍보기획관 등을 국어책임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공무원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한글 참 어렵대."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한글 참 어렵데."라고도 한다. '어렵대'와 '어렵데'에서 '-대'와 '-데'를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대'는 '누가 ~다고 해'의 뜻으로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누가 그렇게 말하더라' 하고 듣는 이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팔공산에 눈이 많이 내려 장관이대. 우리 거기 놀러가자."로 쓰인다.

'-데'는 '(내가 겪어보니까)~더라'의 뜻으로 체험한 일을 듣는 이에게 회상해 말하는 것으로 "그 사람 아직도 놀고먹데. 걱정이야."로 활용한다.

"한글 참 어렵대."는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이고, "한글 참 어렵데."는 자신이 공부하면서 또는 실생활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말한다.

"포함~삼척 간 철도건설 사업예산으로 2008년도에 311억여 원이 배정됐지만 8월까지 22억 원만 집행돼 예산 집행률은 7%에 불과하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예산 집행률'을 '예산 집행율'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 경우도 가끔씩 볼 수가 있다. '-율'과 '-률'의 구분은 간단하다. '-율'은 모음이나(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질 때 쓰인다. '규율' '실패율' '운율' '백분율' 이 그 실례이며 '-률'은 여기에 적용되지 않을 때 사용되는데 '합격률' '정답률' '대응률' 등으로 활용한다.

'-율' '-률'과 마찬가지로 '-열' '-렬'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열' '분열' '정렬' '직렬' 등으로 쓰인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잘못된 언어사용에 대해 1~3점의 벌점을 매긴 결과 무려 평균 577점을 받았다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잘못이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47.3%)였고, '외래어 남용'(24.3%), 잘못된 호응관계나 외국어투 문장 등의 '문장 표현 오류'(21.3%)가 뒤를 이었다고 하니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 통탄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한글 사랑은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하면 안 될까요.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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