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딸 예뻐지라고 아침마다 사과주시던 엄마

입력 2008-11-29 06:00:00

사과 같은 내 얼굴/예쁘기도 하지요/눈도 반짝/코도 반짝/입도 반짝반짝/.

맞다. 그 옛날 사과하면 대구. 능금이라 불리기도 했고 능금 아가씨 선발대회도 있었다. 지금은 위로 많이 올라와 내가 살고 있는 영주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 기억엔 아직도 대구는 사과다.

그래서 특히 대구에는 미인이 많다고 했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인 친정 집은 딸 부잣집이다. 집 밖 조금만 걸어나가면 온통 과수원이었으니 자연 즐겨 먹었던 과일도 사과였다. 그래서일까? 이웃 어른들이 놀러오시면 딸들이 예쁘다 꼭 한마디 하시곤 하셨다.

첫째 딸은 서구형, 둘째딸은 피부미인,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은 학교 졸업할 때까지 인기 짱, 그중 못한 넷째 딸 나는 복스럽단 말로 칭찬해 주셨고 다섯째 막내는 그저 예쁘기만 해 일찍이 이성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니 늘 부엌 한 칸에는 사과 궤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달리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친정 엄마는 이웃집 품앗이하며 얻어온 사과로 잼도 만들고 못난 불량사과는 손질해 끓여 숟가락으로 퍼먹게 해 주셨다. 그땐 유달리 썩고 떨어진 풋사과가 많았던 것 같다. 흔한 만큼 쉽게 먹었던 사과가 지금은 꽤 비싸져 가계에 부담이 되었는데 올해는 명절이 일찍 지나가 버리고 풍년이라 그런지 편한 가격이 되어 맘껏 먹어서 좋다.

매일 사과 한 개면 병원을 멀리하고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요, 오후엔 은이고 저녁엔 똥(?)이란 말도 있다. 그리고 조금 미운 우리 딸아이를 위해 내일 아침 식탁에도 어김없이 사과를 깎아내련다. "사과 같은 우리 딸 예쁘기도 하지요" 란 주문을 외며 말이다.

김혜주(영주시 영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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