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매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27일 미국산 쇠고기의 싼 가격에 주부들이 몰렸다. 한우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미국산 쇠고기는 제품의 질을 따지던 주부들의 지갑을 열고 말았다. 대형소매점들은 한결같이 "예상보다 판매량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일부에선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규탄하는 행사가 인근에서 동시에 열려 대조를 이뤘다.
◆폭발적 반응은 아니지만 발길 몰려=27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홈플러스 칠성점 정육코너. 미국산 쇠고기를 포함해 '쇠고기 대축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육코너에는 주부들의 발길이 몰렸다. 주부들은 고기의 색깔이나 마블링(육질을 좌우하는 지방의 분포)을 꼼꼼하게 보면서도 싼 가격에 만족한 듯 한 봉지씩 사갔다. 특히 불고기용 미국산 쇠고기의 인기가 좋았다. 정육코너 직원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예상보다 매출이 아주 좋은 편"이라며 "쇠고기라고 하면 비싸다는 인식을 미국산이 깨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만촌동의 이마트 정육코너도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붐볐다. 이들은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했으나 한 주부가 용감하게(?) 구입하자 너도나도 손길이 이어졌다. 냉동갈비(꽃갈비) 한 팩을 산 김모(44·여·동구 신천동)씨는 "어떤 맛인지 먹어보려고 조금 샀는데 미국산이라고 말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맛을 물어볼 것"이라며 "괜찮다면 다음에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판매한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은 한우의 3분의 1 수준. 냉동갈비살 100g이 1천980원에 판매됐고, 본갈비살 구이용은 2천480원, 부채살 구이용은 100g에 2천280원, 얇게 썰어 구워먹는 불고기는 1천380원으로 대부분 1천원에서 2천500원 안팎. 반면 한우(1등급)는 등심 100g에 5천500원, 안심 7천250원으로 큰 가격차를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는 특히 40~60대 주부들의 호응이 컸다. 대부분은 값이 싸다는 데 주목하는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광우병 파동'에 대한 충격으로 좀더 두고 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대구경북 16개 이마트에서 팔린 미국산 쇠고기는 2천400만원어치. 반면 한우는 일주일 전에 비해 판매가 줄어 20일 2천700만원어치가 팔렸던 것이 27일에는 2천300여만원으로 14.5% 줄었다.
◆영세업체는 위기감 고조=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취급점들은 대형소매점까지 판매에 뛰어들면서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식당을 상대로 육류를 공급하고 있는 ㅇ식품 박모(49) 사장은 "벌써부터 대형소매점의 가격보다 식당 공급가가 더 비싸다는 원성이 들려와 가격을 조정해야 할 판이다. 유통과정에 차이가 있다 보니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G식육체인점 정일수(52) 사장도 "식육점에서 100g당 2천200원에 판매하는 LA갈비를 대형소매점에서는 1천900원 선에 내놓고 있어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없어지고 나면 소비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광우병없는 북구만들기 소비자행동' 회원 20여명은 오후 4시 칠곡 홈플러스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규탄하며 10여분간 정육코너를 돌며 시위를 벌였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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