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 주식시장이란 게 생긴 이래 수많은 학설과 이론이 나왔지만 분류하면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 하나는 1900년 수학자 루이스 바슐리에가 '투기의 이론'에서 제창하고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이 확립한 '랜덤 워크' 이론이다. 골자는 오늘의 주가는 오늘의 변동요인이 모두 반영된 것이며 내일의 주가는 내일의 변동요인에 따라 형성될 것이다. 곧 오늘 주가는 내일 주가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매일매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결국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계에 진출한 물리학자들이 카오스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 이론은 주가의 변화는 매우 복잡하지만 완전히 랜덤하게, 즉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사한 구조를 되풀이하는 '프랙탈 신호'라는 것이다. 즉 복잡한 주가 움직임에도 '숨겨진 규칙이나 질서'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주가 변동의 장기 예측은 어렵지만, 단기 예측은 어쩌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주가 예측은 아예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대단히 어렵거나 단기적인 움직임만 예측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의 노력은 단지 주사위 던지기에 불과하며 그들의 성공도 행운의 결과로 간주되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위대한 투자자'들의 투자기법이 재무학이나 투자론의 한 부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매년 성공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반복성'과 '재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LA동포 간담회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내 부자가 된다"고 했다.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라면 모를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무능했던 프랑스 왕 루이 15세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에 "다음에는 태자(루이 16세)가 잘해주겠지. 나 죽은 다음에 홍수가 나든 말든 알 바 아니지"라고 했다. 무책임의 극치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도 다를 바 없다. 지금 주식을 샀다가 1년 뒤에 부자가 아니라 깡통을 차게 되면 책임질 것인가?
정경훈 정치부장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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