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우포늪과 주남저수지

입력 2008-11-27 06:00:00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우포늪에 푸른 새벽이 내리면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태초부터 시작된 생명의 숨결이 꿈틀거린다. 고요와 적막을 깨는 철새들의 자맥질 소리가 간간히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포늪에서는 산책하는 발걸음 조차 무겁게 느껴진다. 주남저수지에 해가 떨어지면 철새들은 화려한 군무를 시작하고 밤이면 갈대 숲으로 몸을 숨긴다. 철새들의 보금자리 주남저수지는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다.

경남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를 잇는 생태밸트가 최근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제10차 람사르총회'가 우포늪과 주남저수지를 비롯해 순천만, 창원CECO컨벤션센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조약.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1971년 2월 이란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했으며 75년 12월 21일부터 발효됐다. 현재 157개국이 협약에 가입돼 있으며, 대한민국은 101번째로 협약을 비준했다.

◆우포늪

창녕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옥천리, 유어면 대대리·세진리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늪으로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 등 4개 습지로 이뤄져 있다. 1억4천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 1998년 람사르협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231ha의 광활한 늪지가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생명의 보고'다. 봄이 오면 매섭고 지루한 추위를 이겨낸 버드나무가 힘찬 생명을 움 틔우고 자주 빛깔의 자운영이 축제를 벌인다. 여름이면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물풀들이 우거지고 목포와 사지포 한쪽 끝에서는 가시연이 앞다퉈 피어난다. 가을이 찾아오면 우포늪은 푸른 옷을 벗고 황금 빛 자태를 뽐낸다. 물풀들이 긴 겨울잠을 준비하는 동안 갈대는 어른만큼 키를 키운다.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면 우포늪은 철새들 차지가 된다. 우포늪에서 겨울 철새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는 12월부터 2월까지다. 황새·노랑부리저어새·재두루미·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세·큰부리큰기러기·가창오리 등이 찾아온다.

워낙 넓어 제대로 보려면 하루 해가 짧다. 탐방코스는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세진주차장~대대제방~전망대를 잇는 1코스(왕복 1시간), 세진주차장~대대제방~배수장 뒤편~토평천~사지포제방으로 이어지는 2코스(왕복 3시간), 지방도1080호선~장재마을~소목마을~주매제방~지방도1080호선으로 연결되는 3코스(왕복 2시간), 지방도1080호선~우만마을~가마골마을~목포제방~쪽지벌을 잇는 4코스(왕복 2시간)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1,2코스는 우포늪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늪지의 오밀조밀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세진주차장에는 우포생태관이 자리잡고 있다.

우포늪의 속살을 관찰하려면 3,4코스가 제격.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장재마을(3코스)쪽으로 들어서면 밑둥을 훤히 드러낸 나무가 눈에 띈다. 늪에 반쯤 발을 담그고 있었으나 유별난 가뭄 때문에 몸을 내놓았다.

기러기와 오리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목포를 오른쪽에 끼고 작은 길을 따라가면 우포자연학습원과 우포늪 어업권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배를 띄우는 곳이 나온다. 주매제방 안쪽으로 걸어가면 갈대 천지다. 바싹 마른 갈대가 여윈 몸을 부대끼며 바람 따라 울고 있다.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훌쩍 날아 오른다. 살아 있는 습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가마골(4코스)을 지나 목포를 왼쪽에 두고 길을 재촉하면 갈대 숲 너머 수면위에 점점히 박힌 철새들이 부지런히 먹이잡이를 하고 있다. 하얀 먼지 꼬리를 달고 비포장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목포제방이다. 우포와 목포, 쪽지벌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쪽지벌쪽으로 가면 소로를 통해 갈대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송종진 우포늪생태관 담당자에 따르면 람사르총회 이후 관람객들이 30% 이상 증가해 평일에는 800여명, 주말에는 2천여명이 찾는다고 한다. 입장료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500원, 어린이 1천원, 만65세 이상은 무료. 탐방 자전거 임대는 2시간 기준 1인용 2천원. 세진주차장으로 가려면 구마고속도로~창녕 IC~국도20,24호선 이용 회룡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구마고속도로~현풍IC~이방·구지 방면~창녕으로 가면 지방도1080호선을 만날 수 있다.

TIP:환경보전을 위해 우포늪 주변에는 식사를 할 만한 음식점이 거의 없다. 주매마을 인근에 가면 붕어찜·붕어회·매운탕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두 곳 있다.

◆주남저수지

주남·동판·산남 등 3개 저수지로 이뤄져 있다. 1980년대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중간에 위치해 있어 낙동내륙 주요 철새도래지(우포늪~주남저수지~동강 하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큰고니·개리·흰꼬리수리·잿빛개구리매·흑두루미·재두루미·쇠부엉이 등 천연기념물과 큰부리큰기러기·가창오리 등 70여종이 넘는 철새들이 겨울을 보낸다.

지난해에는 가창오리 1만마리 등 3만여마리 철새들이 찾았다. 올 해는 따뜻한 겨울 날씨와 가뭄 때문에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 들었다. 일출과 일몰 시간 철새들은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를 왔다 갔다하며 군무를 춘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만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생태학습관에서 탐방용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구마고속도로~북창원방면~남해고속도로~부산방면~동창원IC~용잠삼거리~주남저수지.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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