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에선 무슨 일이?]3개월간 3천여명 성매수 여부 조사

입력 2008-11-27 06:00:00

"아니, 경찰서에 웬일입니까?" "그러는 당신은…." 성매수와 관련한 조사를 하는 대구경찰청내의 진풍경(?)이다.

대구 남성들이 고개를 들지 못한다.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까', '누가 알면 어쩌나' 전전긍긍이다. 대구경찰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최대의 성매매 조사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3천명이 넘는 남성들이 경찰에 불려갔고, 연말까지 1천200여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또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을까. 누군가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끝까지 오리발이다. "증거가 어디 있나"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경우까지 있다. 대체 어떤 남자들이 성을 샀고, 지금 그 남자는 무슨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까.

#그 남자는 누구?

"성매수남들 가운데 절대다수가 30대 회사원들입니다. 2,3차로 회식 자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술김에 안마시술소·휴게텔·피부숍 같은 신·변종 성매매업소로 향하는 거죠. 유흥주점은 비싸고, 사창가는 좀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대비 서비스 시설이 좋은(?) 성매매업소로 몰리는 것 같아요."

"조사하면서 놀라웠던 건 성을 사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먼저 취직한 친구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학 후배나 동기들에게 '취직 턱'으로 2차를 내는 건 그래도 수긍이 가지만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성을 산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회사원들이 그나마 안됐죠. 접대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발 나만 처벌해 달라거나, 나 혼자 3번 관계를 가졌다며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남자는 모두 똑같다'고 했던가. 경찰이 성매수남들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직업군의 대구 남성들이 성을 샀다. 유부남이건 총각이건, 무직이건 직업이 있건, 블루칼라건 화이트칼라건 성에 대한 욕망은 마찬가지였다. 회사원이 1천736명(53.4%)으로 가장 많았고, 노동 등 기타직업이 585명(17.9%), 자영업 517명(15.9%), 무직 285명(8.8%), 대학생 82명(2.5%), 의사 등 전문직 48명(1.5%) 순이었다. 또 성매수 남성들 연령 또한 30대가 1천649명(50.7%)으로 가장 많았지만 20대 809명(24.9%)와 40대 693명(21.3%), 50대 이상 102명(3.1%) 등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 남자의 변명

"아니 내가 안마시술소에 갔다고요. 사실입니까. 술만 마신 줄 알았는데…."

"깨어나 보니 안마시술소더군요. 근데 술에 너무 취해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아무 기억이 안 납니다."

"절대 관계를 갖지 않았습니다. 안마만 2번 받았을 뿐이에요."

성에 대한 욕망은 모두 마찬가지지만 화이트칼라이거나 유부남일수록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일용직이나 노총각은 성매수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는 반면 공무원이나 전문직 유부남들은 온갖 핑계다. 가장 흔한 변명은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성관계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것이지만 결국 죄를 시인할 수밖에 없다. 증거가 완벽하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에 적발된 성매수남들의 대부분은 안마시술소를 이용했다. 휴게텔·피부숍 같은 신·변종 업소들도 적지 않았지만 전체 3천200여명의 혐의자 가운데 대다수인 2천800여명이 안마시술소에서 성을 산 사람들. 경찰은 모두 45곳의 대구 안마시술소 가운데 27곳을 조사해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다. 미리 압수한 신용카드 전표를 통해 단순 안마 대금인지, 성매매 대금인지를 철저하게 확인했고 상대 여성과 업주 진술까지 확보했다. 또 안마시술소 현장 점검까지 다녀와 성매수남들이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사실을 말하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는 것.

때론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경우도 있다. "간혹 카드를 분실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카드로 성을 샀다는 것이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분실 신고여부만 확인하면 금방 드러나는 거짓말이니까요. 끝까지 발뺌하면 휴대전화 통화내역까지 분석하는데 뜻하지 않게 같이 간 사람들까지 들통나는 순간이죠."

#그 남자의 최후?

성매수남들에 대한 처벌은 기소나 기소유예 두가지 중 하나다. 이번 대구경찰청 단속에서는 10명 중 8,9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성매매 초범 비율이 압도적이었고, 결국은 죄를 시인한 남성들이 많았던 것. 이처럼 죄를 시인한 성매수 초범들은 이른바 '존 스쿨(John School)'이라 불리는 '학교'에서 성구매 재발 방지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다. '존스쿨'은 미국에서 성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들이 자기 이름을 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존(John)'이라고 둘러댄 것에서 생긴 이름으로, 성매매 사범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학교. 성구매 초범들을 전과자로 만들기보다 교육 기회를 줘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2005년 8월부터 한국에 도입됐으며 공식 이름은 '기소유예조건부 성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이다.

그렇다면 성매수 재범이나 끝까지 성매수 사실을 시인하지 않아 검찰에 기소된 남성들은 어떻게 될까? 정말 억울하게 적발된 사람들이 한 둘 나올 수도 있지만 경찰 증거 자료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

경찰 관계자는 "조사 받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끝까지 부인하면 무혐의 처리된다는 잘못된 내용을 알고 오는 경우가 꽤 있다"며 "정황증거가 완벽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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