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맞춤법 오류-외래어 남발 이유 있었네
"국어책임관이요? 처음 듣는데요."
오는 28일 대구시청에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국어책임관 회의'가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열릴 계획이지만 정작 국어책임관에 대해 공무원들조차 생소해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국어책임관 제도는 국어기본법 제정(2005년)에 따라 국어책임관을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두도록 했다. 이에 지난해 4월부터 지자체 문화예술과장이나 홍보기획관 등을 국어책임관으로 임명, 공문서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행정용어나 외래어 남용 등의 행태를 바로잡도록 했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하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잘못된 언어사용에 대해 1~3점의 벌점을 매긴 결과 무려 평균 577점의 벌점을 받았다. 그 중 가장 많은 잘못이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47.3%)'였고, '과도한 외래어 남용(24.3%)', 잘못된 호응관계나 외국어투 문장 등의 '문장 표현 오류(21.3%)가 뒤를 이었다.
대구시의 경우 각종 시정 홍보 자료물 등에서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시가 발표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을 위해 연 주민설명회 때 자료를 보면 '대구역 부근에 커뮤니티 광장을 만들겠다', '아카데미씨네마 부근에 몬드리안 밀러폰드와 캔들 분수를 조성하고 미디어 분수를 만들겠다'는 등의 시책이 소개돼 있다. 설명을 들어도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용어들이다.
각 구청의 자료를 봐도 '업그레이드', '노하우', '로드맵', '리스크' 등 우리말로 순화가 가능한 표현들을 굳이 외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집행율(집행률의 오기)'이나 '거양하다(드높이다)', '각호(집집마다)' 등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려운 한자를 쓰는 예도 흔하다. 한 구청 공무원은 "우리말 표현을 찾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홍보를 위한 장식용 표현"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국어책임관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공무원들조차 "그런 직책도 있었냐"며 오히려 반문했고, 담당관조차도 "직책을 맡고 있긴 하지만 국어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고작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된 공무원이 매년 1, 2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8일 회의에서 지자체의 로고·표어에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 문제를 꼬집을 계획이다.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olorful Daegu(컬러풀 대구), Pride KyeongBuk(프라이드 경북)을 비롯해 10개의 광역지자체와 88개 기초지자체가 영문을 전면에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주민 이귀영(29·여)씨는 "'New Start New Daegu(뉴 스타트 뉴 대구), Colorful Daegu'식의 표기는 외국인을 위한 홍보물로 충분한 것 아니냐"며 "공무원들 만이라도 우리말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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