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美정치권서 버림받는 美 자동차 '빅3'

입력 2008-11-26 06:00:00

미국 자동차 산업의 빅3로 불리는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250억달러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가 미 의회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지난 9월 25일에도 250억달러의 지원을 받았는데 이번에 추가로 250억달러를 더 도와 달라고 했다가 딱지를 맞은 것이다.

지난 18·19일 양일간 진행된 상하원 금융위원회에는 이들 빅3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나왔는데 이 청문회를 통해 오히려 현 상태에서 도와주면 경쟁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호적이었던 민주당까지 빅3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물론 공화당은 알려진 대로 파산을 하는 게 오히려 났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번에 추가로 지원을 하게 되면, 신용카드사, 항공사 등이 앞으로 줄줄이 의회에 손을 벌릴 것이고, 이렇게 되면 국민세금 부담만 가중된다는 논리다. 파산을 하고 다른 기업이 이들을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을 거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더욱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 출신 리처드 셸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30년간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쓰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오밍 주 마이클 엔지 의원, 노스 캐롤라이나의 엘리자베스 돌(밥 돌 전 상원의원의 부인), 테네시 밥 코커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선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은 시간당 78달러를 받는 데 비해 경쟁국 자동차 회사 직원들은 시간당 43달러에 불과하다며 노조의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크리스토퍼 도드 코네티컷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공화당 의원들의 논리 앞에서 힘을 잃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마저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어서 빅3는 원군마저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핸리 폴슨 재무장관은 구제금융은 금융회사를 위한 것이지 자동차산업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빅3의 CEO들은 자동차 산업이 미국 GDP의 4%, 수출의 10%를 차지하고, 관련산업을 포함할 경우 고용인원만 400만명에 달한다며, 금융지원이 없을 경우 미국경제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일 것이니, 도와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미국 자동차 노조회장인 론 게틀핑거도 노조가 지금까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며 지원 요청에 가세했다.

이튿날 청문회 때는 빅3 CEO들의 답변이 진실성을 의심받으면서 추가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던 민주당의원들도 공격에 나섰다. 청문회 중간에 어느 의원이 "왜 반드시 250억달러인가?" 하고 묻자 GM의 왜거너 회장은 명쾌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의원이 짜증이 난다는 식으로 다시 물었다. 결국 엉뚱하게도 "시장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계산한 게 250억달러"라는 대답이 나왔고 청문회장 분위기가 "이거 문제 있다" 쪽으로 흘렀다. 돈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있어야 되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고용을 핑계로 무작정 정부 지원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부시 정부와 폴슨 장관을 성토하듯이 비난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왜거너 회장의 답변을 듣고선 "250억달러를 지원해 주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판단을 해버렸다. 얼마나, 언제까지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의회가 자동차 산업의 개혁을 조건으로 빌려 준다고 하더라도 진실로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투자할지 믿을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이 바람에 자동차 관련 주식시장은 5% 넘게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의회가 12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시장은 아우성이다. 부시 정부는 도울 수 없다고 하고, 오바마 당선인 쪽은 아무런 대응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파산에서 구조조정 후 부활까지 1개월도 아니고 1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사태를 모두 팔짱을 끼고 쳐다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결국 자동차 업계가 제공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노조의 눈치만 살피다가 된서리를 맞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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