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몸·얼어붙은 마음 녹이세요"

입력 2008-11-25 10:03:13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 3년째…저소득층에 15만장 전달키로

▲ 대구은행 DGB봉사단과 사랑의 연탄나눔 대구지부 자원봉사자들이 24일 겨울비 속에 동구 신암동 기초생활수급 주민에게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은행 DGB봉사단과 사랑의 연탄나눔 대구지부 자원봉사자들이 24일 겨울비 속에 동구 신암동 기초생활수급 주민에게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랑담은 연탄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데웁니다."

24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 쪽방촌 입구. 폭 3m 남짓한 좁은 골목으로 2천500장의 연탄을 실은 트럭이 굵은 빗줄기를 뚫고 들어왔다.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트럭의 꼬리에서부터 쪽방촌까지 길게 늘어섰다.

초겨울 차가운 비 속에 나눔의 손길은 더 따뜻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몸이 비에 젖는 것보다 혹시나 연탄이 비에 젖어 못쓰게 될까 감싸안으며 차례차례 옆 사람에게로 연탄을 건넸다. 비 때문에 일거리를 찾지 못한 쪽방 거주자들이 골목길에 나와 이 장면을 밝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성인 한 명이 겨우 누울만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촌에는 방안에 한결같이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방안의 온기를 조금이나마 더 유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김모(54)씨는 "겨울이면 연탄이 부족해 냉골인 방안에서 추위에 떨기 일쑤였다"며 "따뜻한 아랫목에서 따뜻하게 자고 아침에는 온수로 씻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사랑의 연탄나눔'행사는 2006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대구은행이 후원하고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이 주관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매달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적립, 불우이웃을 돕는 '러브펀드'를 통해 재원이 마련됐다. 연탄나눔 한재흥 목사는 "다음달 말까지 모두 14만7천여 장의 연탄을 대구경북의 저소득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 쪽방 상담소 '다나눔'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쪽방 거주자 3명이 숯검정이 손을 한 채 함께 구슬땀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이모(54)씨는 "나도 이웃들의 도움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일거리가 없을 때는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 천영익(32) 실장은 "825명의 대구 쪽방 거주자들은 겨울철을 가장 힘들어하며 난방·단열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시민들의 작은 정성만이 이들의 시린 몸과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