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고용안정 위한 특단 대책 필요

입력 2008-11-24 08:31:53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었고 다시 실물경제의 위기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선진국의 금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였고,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정부에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 이외에도 각 분야의 기업들이 급격한 경기하강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불황이라는 터널의 입구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이 어려워져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10월 국내 총취업자는 2천384만7천 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만7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는 과거 수년간 매년 30만 명 정도 늘어났으나 작년 이후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어 마침내 10만 명을 밑도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앞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지면 취업자 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청년무업자 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말 현재 15세 이상 35세 미만 인구 1천475만 명 가운데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취직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조차 받지 않는 소위 '청년무업자'는 95만 명이나 되는데 이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실업자(40만6천 명)의 두 배가 넘는 숫자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실업자는 2003년 약 48만 명에서 작년에는 약 40만 명으로 감소한 반면 청년무업자는 2003년 약 83만 명에서 지난해에 약 95만 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 이러한 청년무업자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므로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만 취직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건실한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자기능력을 발휘하여 기업과 자신이 함께 성장하겠다는 진취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경기침체는 신규취업의 어려움과 어울러 중소자영업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에 의하면 금년 들어 9월까지 음식점 신규 개업 건수는 4만9349건인데 비해 휴폐업 건수는 18만1천43건으로서 3.7배나 많다. 그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대한제과협회에 가입된 제과점 수는 8천여 개로 5년 전의 1만6천여 개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매월 400~500개의 슈퍼마켓이 문을 닫고 있으나 신규 개업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에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와 기업들은 기존 일자리 유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최대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향후 수년간 공무원 채용인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공무원 수는 선진국에 비해 많은 것이 아니므로 행정수요가 늘어나는 분야에 과감하게 인력을 확충한다면 행정 서비스도 향상될 뿐 아니라 고용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인력감축을 수반하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계획도 재검토하여 경제위기를 벗어난 이후로 연기하고 당분간 이들 기관의 신규 채용도 가급적 늘리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들은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인력 감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감원보다는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금삭감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노동자들도 고통분담과 공생의 정신으로 이를 기꺼이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당장 어렵더라도 인력확보 차원에서 당초 계획한 신규 인력 채용계획을 이행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지금은 무엇보다도 고용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요구된다.

김병일(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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