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미리넷솔라(회장 이상철) 공장. 최첨단 자동화설비가 장착된 125m의 긴 생산라인에 하얀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태양전지판에 금이 갔는지, 휘어지거나 찢겨진 것은 없는지를 검사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선 태양전지 동작 온도에 문제가 없는지를 측정했다. 이 생산라인에선 CD롬 케이스 크기의 정방형 태양전지판이 시간당 1천500장 생산된다.
지난 1월부터 태양전지(Sollar Cell) 양산에 들어간 미리넷솔라는 1년도 안돼 이탈리아, 독일, 인도, 홍콩 등지의 업체와 1조원 이상의 수출 계약(2013년까지 납품)을 맺었다. 많은 기업들이 고유가나 원자재값 폭등, 키코(KIKO-환헤지 파생상품)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미리넷솔라에겐 남의 얘기다. 해외에서 목빼고 기다리고 있지만 없어서 못팔 지경.
일부 해외 거래선에선 선적도 하기 전에 선급금을 주면서 공급을 해달라고 매달릴 정도다. 지금은 30MW(3만5천가구 사용량)가 양산되지만 넘치는 물량 때문에 지난 9월 150㎿급 2공장 건설에 들어갔고 내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2010년까지 300MW(35만가구 사용량)급, 2012년까지는 500MW 규모로 증설할 계획.
이 같은 규모는 현재 세계 최대 태양전지 생산업체인 독일의 큐셀(380㎿)이나 일본의 샤프(36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미리넷솔라는 솔라셀 품질의 기준치인 전지 변환효율(글로벌 기업 15~17%)을 단 기간에 17%대(현재 16.2%)로 올리고 세계 최고수준인 효율 20%를 달성해 큐셀과 샤프를 앞지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리넷솔라의 탄생은 얘기치 않은 발상에서 비롯됐다. 초고속 통신장비 업체인 미리넷을 운영하던 이상철 회장이 8년전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고지대의 가로등에 전기를 끌어갈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2001년부터 연구를 거듭, 고효율 태양광전지 충전시스템을 개발하고 2005년 미리넷솔라를 설립, 2년여만인 지난 1월 성서단지에 공장을 완공했다. 대기업조차 투자결정을 망설이는 태양광분야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져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미리넷솔라가 단기간에 해외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1조원 이상의 수출계약 실적을 올린 것은 이 회장의 도전정신과 과감한 추진력의 결과였다.
"미쳐야 살죠. 아직 갈길이 멀지만 발상의 전환 그리고, 열정과 혼을 담으니까 다 이뤄지더군요."
이 회장은 사업초기 국내에서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금융권 및 투자사들로부터 '미쳤다'는 말을 들으며 외면당했다. 하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태양광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의 선도 기업을 기웃거렸다. 이같은 집념으로 해외 유수 기업들에게 개인적인 신뢰를 심어주고 사업 파트너로 협력관계를 만들었다.
기술력도 미리넷솔라의 원천적인 급성장 배경. 고효율 태양전지 생산 원가를 40%가량 절감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개발, 해외 태양전지 모듈(셀을 이어 붙여 만든 태양광발전판) 제조회사들과 1조원 이상의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독일 수미트사, 호주 맥쿼리 그룹 등으로부터 1천억원 이상의 자본도 유치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친환경 이슈의 부각으로 5년 이내에 지구촌에 공급되는 에너지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그린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며 "누가 먼저 투자를 하느냐가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쥐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3.9GW 였던 세계 태양전지 모듈 생산량은 오는 2010년 23.3GW, 2012년 37GW(시장규모 1천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포톤 컨설팅 분석)되는 등 향후 5년간 3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대구에서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원대한 꿈이 무르익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