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이 계절은 문학도들이 잠 못 이루는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제17회 매일서예대전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장종규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작품의 흐름에 빠져 혹은 독특한 글씨체를 선보이려는 욕심에 앞서 오자가 나오는 것으로 이해되나 이것은 기본을 놓치는 것"이라 지적하며 오·탈자가 많았던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분야는 물론 다르겠지만 신춘문예 응모를 기다리는 예비 작가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웬만한 부모는 아이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다. 부모가 배운 한글맞춤법과 지금의 맞춤법이 너무 차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과 같이 우리글 맞춤법이 만만찮은 것은 인정하지만 좋은 글을 써놓고 오·탈자로 인해 채택되지 못한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이기에 한 말이다.
앞선 문장에서의 '웬만한'과 같이 글쓰기를 할 때에 '웬-'과 '왠-'의 표기가 어느 게 맞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왠만한 중고등학교 정도 크기의 이 섬에 장군바위로 이름 붙은 바위가 셋이나 있다." "평소 선물을 책으로 하다 보니 웬지 건전한 독서문화를 일구는 데 작은 보탬이 되는 듯해 뿌듯함이 있었고, 또 오래 두고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선물을 했다는 만족감도 제법 컸다." "2006년에는 대구 수성구청이 구민 걷기 대회를 마련하는 등 웬간한 기초자치단체는 1년에 한 번씩 '걷기대회'를 열고 있다."
인용한 문장에서의 '왠만한' '웬지' '웬간한'은 잘못된 표기이다.
'웬-'은 '어찌 된' '어떤'으로 바꿀 수 있을 때,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를 뜻하며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실제로 '왠'을 쓰는 경우는 '왠지' 외엔 없다. '왠지''웬''웬걸''웬만큼''웬셈''웬일'로 쓰며 '웬간하다'는 '웬만하다'의 잘못이다.
"제 할 일에 바쁜 기자가 '거기 원고 놓고 가시면 돼요'라고 말하면 왠지 찜찜해진다." "웬 사람이 저리도 많으냐?" "사실을 알아봤더니 웬걸, 헛소문이었어." "웬만큼 해두고 끝맺다." "그가 떠났다니 웬셈인지 모르겠다."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로 쓰인다.
"웬 떡이냐."는 뜻밖의 행운을 만났을 때 하는 말이다.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작가 지망생은 뜻밖의 행운에 기대려하지 말고 착실히 준비한 자에게만 당선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는 걸 재삼 떠올렸으면 한다. 한 해 동안 힘들게 신춘문예를 준비해 온 문학인에게 새해 첫날 신년호 신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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