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감사에 발탁된 것은 순전히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자리를 원한다고 다 갈 수 있습니까? 살아온 인생이 그 자리에 걸맞을 때 비로소 운이 따라 오는 것이겠죠."
지난 7월 말 임명된 김경원(54) 국민연금공단 감사는 자신의 발탁이 운이라고 했다. 이 말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의 한 사례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들렸다. 적어도 인터뷰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노조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공무원 노조 중 강성으로 꼽히는 연금공단 노조는 김 감사의 임명을 이례적으로 반겼다고 한다. 전문성과 중도 개혁적 이념 성향을 높게 평가한 때문이라 한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고를 졸업, 영남대 경영학과 3학년 때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디딘 김 감사는 대구지방국세청장과 재무부 세제국 과장 등을 지냈다. 세제 분야에서 세금을 직접 거두고 세무행정을 입안, 집행한 세무통이다. 김 감사의 이러한 경력이 230조원 연기금을 관리하고 7조원의 공단 예산을 감시하는 감사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유신반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다 경산경찰서에 잡혀 투옥된 '전과'가 있다. 재무부 세제국 사무관 시절에는 회식 자리에서 차관이 문익환 목사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데 격분해 겁없이 대든 적도 있다고 한다. 김 감사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체험했기 때문에 균형 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의 업무에 대해 그는 "집행은 하지 않으나 집행의 사전·사후를 감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지 항상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했다. 현 상태대로 간다면 고령화 때문에 오는 2060년이면 기금은 바닥난다. 하지만 그 이후는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또 연기금의 운영 실적이 매우 탄탄한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의 하나라고도 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7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7.8%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7.7%), 네덜란드 국민연금(7.9%), 캐나다 국민연금(7.2%) 등 선진국 연기금 운영 실적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감사는 지난 4·9총선 당시 경북 영천의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인인 이영숙씨가 자꾸 총선 재도전을 주문한다고 한다. "집사람은 지난번 총선에서 너무 약하게 (선거 운동을) 해 아쉽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오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요"라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그는 대구경북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너무 닫혀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melting pot, 용광로가 돼야 합니다.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정제하고 융화시켜 단단한 무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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