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안 좋은데 송년회는 무슨…."
불황에 송년모임마저 얼어붙고 있다. 예년 같으면 11월 중순쯤 송년 모임 장소를 예약하느라 분주했던 기업이나 각종 모임·단체들이 올해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조용한 분위기다. 높아지는 대출금리에, 재테크를 위해 넣어두었던 주식이나 펀드가 반토막 나면서 서민들의 송년 정(情)마저 자취를 감출 판이다.
◆송년모임 아예 못 열어=지역의 한 고교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모(43)씨는 아직 회원들에게 송년모임 일정을 알려주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11월 중순이면 장소나 규모를 확정지었으나 올해는 회원들 사이에 "송년회를 하자, 말자"는 의견이 분분하고, 몇명이 참석할지조차 예측하기 힘들어 아예 송년모임을 열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연회장을 빌리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올해는 조촐한 술자리나 가져야 할 것 같다"며 "모두들 회비 몇만원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강모(38)씨도 올해는 모임을 줄일 생각이다. 동기회, 동문회, 회사, 향우회 등 연말이면 6, 7개 송년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그는 회비에다 대리운전, 택시비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돼 한두개 모임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강씨는 "송년모임 화두는 모두 '간단하게 하자'로 모아지고 있다"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 보는 것마저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체는 연말을 앞두고 갑자기 탈퇴하는 회원들 때문에 모임 자체가 깨질 처지에 놓였다. 한 등산단체는 이달 들어 3명의 회원이 빠져나갔다. 30명에 이르던 회원이 이제는 절반인 15명으로 줄었고, 그나마도 제때 회비를 내는 회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총무인 김모(47)씨는 "예년 같으면 회비가 밀려도 연말모임 때 한꺼번에 내고, 모임을 지속시키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두서너달 밀린 회비를 내지 않으려 모임에 발길을 끊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지출은 줄이고, 규모는 간단하게=대구의 한 중소기업은 매년 말 마련했던 직원가족 송년모임을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직원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송년모임 예산을 따로 잡지 못한 것. 미분양 사태로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들도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는 "잔치판인 송년회 대신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위기극복을 위한 시간을 갖기로 하고 12월 중순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년회가 움츠러들면서 대구의 한 특급호텔 경우 지난해보다 예약 실적이 낮은데 특히 기업에서 주최하는 '송년의 밤' 등 대규모 모임 예약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20~30명짜리 모임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200명 이상의 대형 모임 예약은 많이 줄었다"며 "콘서트 등 연말연시를 겨냥한 문화행사도 예년에 비해 주춤한 편"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