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라오스 루앙프라방

라오스 루앙프라방

최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08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뽑힌 라오스 북서부 메콩강 유역에 위치한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라오스 전통양식의 건물과 수많은 사원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들이 조화된 곳으로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4세기 란 상(Lan Xang) 왕국의 수도가 된 이래 18세기까지 라오스의 수도이자 종교와 상업의 중심지로 번성하였으며 1975년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라오스 왕이 머물렀던 유서 깊은 도시인 루앙프라방은 현재 라오스 제2의 도시이지만 인구는 4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로 항상 현지인들과 승려,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간혹 도로를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량의 소음을 빼고는 항상 조용하고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유흥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곳. 여행자들은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특별한 일정 없이 테라스에서 메콩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거리의 풍경을 감상한다거나 시장으로 가서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느긋하게 여정을 보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오전 6~7시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이뤄지는 탁발행렬이다. 수많은 사원에서 나온 수십 명의 승려들이 최고령 승려를 선두로 서열에 따라 한 줄로 서 공양을 받는다. 승려들에게는 그 날 하루의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루앙프라방에서의 최고의 볼거리이다.

승려들이 공양 바구니를 들고 걸으면 사람들이 그 안에 떡·과일·찰밥 등과 같은 공양 음식을 넣는다. 여행자의 눈에는 매우 진기한 풍경이지만 승려들과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생활이자 역사 깊은 종교 의식이기 때문에 행렬이 진행되는 동안 거리는 여행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릴 뿐 매우 조용하다.

루앙프라방의 수많은 사원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곳은 1560년 전통적인 라오스건축 기법으로 지은 왓 시엥 통(Wat Xieng Thong) 사원이다. 색유리와 금으로 장식, 화려함을 뽐내는 이곳의 본전 벽에 새겨진 부조는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왓 시엥 통 외에도 도시 곳곳에 왓 마이(Wat Mai), 왓 시엥 무안(Wat Xieng Muan), 왓 마노롬(Wat Manorom) 등의 사원들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여유롭게 둘러볼만 하다. 왓(Wat)은 라오스어로 사원을 의미한다.

새벽 일찍 탁발행렬을 보고 낮시간 동안 도시 곳곳의 사원들을 구경했다면 해가 저물 때 쯤 루앙프라방 중앙에 위치한 푸시산에 올라보자. 328개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 정상에 다다르면 금으로 장식된 첨탑이 인상적인 타트 촘 푸시(That Chom Phusi)라는 사원이 있으며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루앙프라방의 전경과 저 멀리 석양에 붉게 물든 메콩 강과 칸 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 곳곳을 구경했다면 아직까지 대형 쇼핑몰이 없는 루앙프라방에서 현지인들의 중요한 생활터전인 시장으로 가면 현지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채소·과일·생필품 등을 파는 풍경은 한국의 재래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가판대를 펼쳐놓고 진료를 보는 의사, 귀여운 꼬마 소녀가 파는 맛있는 아이스크림, 몇 백 원으로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쌀국수 집, 주변의 고산족들이 직접 만들어서 파는 액세서리 등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루앙프라방이 위치한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여행하기에 힘이 든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었고 여행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사원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라 할 수 있다.

김종욱

◇가는 길

한국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며, 방콕이나 베트남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육로로는 방콕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농카이로 이동 후 라오스의 비엔티안에서 버스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다만, 라오스의 도로 사정과 버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행 팁

▷비자=라오스 정부는 올 9월 1일부터 일반여권을 소지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해 입국사증 면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유효한 일반여권 소지자(외교관 및 관용여권 소지자는 종전과 같이 입국사증을 발급받아야 함). ▷체류기간=무사증으로 입국 후 15일간 체류 가능. 라오스 체류 15일 이내에 인접국으로 출국했다 재입국하는 경우 새로운 15일간의 무사증 체류기간 부여. ▷체류기간 연장=사증면제기간 15일 이후 라오스 내에서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1일당 의 수수료 부과. ▷불법체류에 대한 조치=체류기간 15일을 넘겨 체류하는 경우 불법체류일 하루당 10달러의 벌금 부과. ▷통화=라오스의 통화는 '낍(Kip)'이지만 태국 통화인 '바트(Baht)'나 '달러(US Dollar)'도 사용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