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통신골목 '호객 행위' 왕짜증

입력 2008-11-20 09:37:02

▲ 경기불황 속에 대구 중구 통신골목 일대 판매원들의 호객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19일 오후 휴대폰 판매점 직원들이 가게 앞을 지나는 여성들의 팔짱을 끼거나 가로막는 등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경기불황 속에 대구 중구 통신골목 일대 판매원들의 호객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19일 오후 휴대폰 판매점 직원들이 가게 앞을 지나는 여성들의 팔짱을 끼거나 가로막는 등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어이, 학생 휴대폰 하나 해!" "제 폰은 새 거예요. 왜 이러세요?"

19일 오후 대구 중구 통신골목 일대. 교복을 입은 한 여고생이 휴대전화 대리점 앞에서 직원에게 손을 잡힌 채 끌려 들어갔다. 그 직원은 학생을 가게 안에 앉힌 뒤 다시 나와 또다시 호객행위를 했다. 이번엔 여고생 두명 사이에 불쑥 들어가 팔짱을 억지로 끼고 새 휴대전화를 보고 가라며 끌어당겼다. 여고생들은 인상을 찌푸린 채 손사래를 쳤다. 휴학 중이라는 한 여대생은 "통신골목을 지날 때면 일부러 통화를 하는 것처럼 휴대폰을 귀에 대고 걷는다"며 "요즘에는 호객이 특히 심해졌는데 밤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끌려다니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손님들을 끄는 호객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날 통신골목 일대에서는 행인의 앞을 가로막고 손을 잡아끌거나, 심지어 목에 팔을 거는 등 갖가지 모습이 보였다. 발을 내밀어 장난을 치기도 했고, "최신 휴대폰 공짜야, 공짜!"라며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남학생이나 남자들이 지나갈 때에는 얌전히(?) 소개하는 수준에서 끝냈지만, 여고생이나 여대생 등을 상대로는 지나친 신체접촉까지 해가며 호객행위를 벌였다.

한 직원은 "워낙 경기가 어려워 최근에는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가 몇달 전보다 두배 가까이 뚝 떨어졌다"며 "어떻게 해서든 손님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시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란스럽게 전단지를 돌리거나 마이크를 잡고 광고하는 영업행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동성로 곳곳마다 각종 학원, 음식점, 술집 등의 전단지를 돌리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크게 늘었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전단지도 많았다. 메모지와 함께 전단지를 나눠주던 한 아주머니는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인지 서로 자기 가게를 알리기 위해 너도나도 전단지를 찍어내고 있다"며 "덕분에 일급을 받는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피부숍, 화장품 가게 앞 등에서는 유니폼에 마이크를 잡고 춤을 추며 가게를 광고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자주 눈에 띈다.

동성로의 한 미용실 관계자는 "요즘 업체는 많아지고 손님은 줄고 있기 때문에 파격 할인이나 쿠폰 등으로 광고하거나 호객하지 않으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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