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윈윈'…相生을 실천하는 사람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정치인들 탓에 '상생(相生)'이란 단어의 빛이 바랬지만 우리 사회엔 상생을 앞장서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도시와 농촌이 자매결연을 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도농상생(都農相生)'이랄 수 있다.
도농 교류를 통해 도시민은 농촌에서 과일따기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는 생생한 교육 현장을 안겨줄 수 있다. 또 결연을 한 농촌에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농촌 주민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어 소득을 높일 수 있고, 도시민들의 도움으로 부족한 일손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잘 사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자매결연을 한 대구 남구 대명5동(인구 1만200여명)과 영천시 청통면(인구 4천800여명). 7년여에 걸쳐 꾸준하게 교류를 해오고 있는 대명5동-청통면이 도농상생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물론 주민들 간 두터운 정을 나누는 등 자매와 같은 유대를 맺고 있는 것이다.
♠ 대명5동 사람들은…
대명5동-청통면과의 교류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농촌 일손돕기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 지난 6월에 양파 수확을 돕기 위해 청통면 치일리를 방문한 대명5동 주민들은 비가 와 꽃길조성으로 대신했지만 해마다 청통면 농가를 찾아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대명5동 통장 18명으로 구성된 통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영인(52)씨는 "작년 여름 청통면을 찾아 양파수확을 도와줬는데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털어놨다. 40명 가량이 참여하는 일손돕기에는 대명5동 통우회 회원을 비롯 새마을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협의회 회원들이 앞장서 참여하고 있다. 김순조(58·여) 대명5동 새마을부녀회장은 "청통면 주민들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 등을 직접 싸갖고 간다"며 "일손돕기를 마치고 올 때마다 5분만 더 일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청통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파는 직거래 장터도 매년 대명5동 주민센터 및 명덕시장 부근에 있는 새마을금고 앞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꿀맛을 자랑하는 사과에서부터 쌀, 마늘, 양파, 고구마, 팥 등 10여종에 이르는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대명5동 새마을부녀회 김종희(47·여) 총무는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이 넘쳐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가운데 대명5동-청통면이 여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살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최상품 농산물을 가격도 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귀띔했다.
2004년에는 대명5동 수지침 회원 10여명이 청통면사무소에서 지역 어르신 200여명을 대상으로 수지침 봉사도 했다. 그 전 해에는 청통면사무소에서 대명5동 주민 20여명과 청통면 주민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윷놀이대회가 열렸다. 매년 영천시에서 열리는 영천한약축제에도 대명5동 주민들은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대명5동 이호걸 동장은 "직거래 장터 외에 주민들로부터 필요한 농산물 신청을 받아 트럭을 몰고 청통면을 방문, 농산물을 사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처럼 도시와 농촌이 자매결연을 통해 도농상생을 이루는 흐름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 청통면 사람들은…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청통면은 영천시 서북방 팔공산 동편 기슭에 자리 잡은 고장. 특히 청통면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와 백흥암 등 8개의 암자에는 10점의 국보 및 보물 등이 있으며 관광객 및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소와 축산업 등이 주력인 청통면 주민들도 자매결연을 한 대명5동과의 교류를 통해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자매결연 당시 청통면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대명5동과의 교류에 적극 참여한 허순애(55·여) 영천시의원. "매년 대명5동 주민센터 등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어 쌀 메주콩 양파 마늘 등을 싼 값으로 팔고 있어요. 대명5동 주민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어 좋고, 우리 청통면 농민들은 농산물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좋지요."
허 의원은 또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울 때 대명5동 주민 40여명이 찾아와 양파수확을 해줘 너무 고맙다"며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청통면과 대명5동이 친자매처럼 정을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통면 새마을협의회 전근중(60) 회장도 청통면-대명5동과의 교류에 높은 점수를 줬다. "농민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통해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일손도 거들어줘 너무 고맙지요. 일손돕기를 하러 올 때마다 농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도시락, 음료수까지 챙겨오는 것을 보고 그 고마운 마음이 가슴에 와닿기도 했지요."
대명5동 주민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청통면에서는 지난 2004년 대명5동 주민들을 초청, 친목도모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 은해사와 백흥암 등을 같이 둘러보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등 청통면과 대명5동 주민들은 두터운 정을 쌓았다. 이들 간의 살가운 정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서로 링크시켜 놓은 데서도 느낄 수 있다. 청통면 박종태 면장은 "청통면이 자매결연을 한 곳은 대명5동이 유일한데 7년 동안 양측의 교류실적은 100점에 근접할 정도로 훌륭하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청통면과 대명5동의 상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주선자 김인환씨는…
청통면-대명5동과의 자매결연을 주선한 사람은 청통면 출신인 김인환 대구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지원단 단장(사진). "농산물 직거래 및 농촌체험 등을 위해 대구에 있는 동과 자매결연을 하고 싶다는 뜻을 청통면으로부터 전달받았어요. 당시 대명5동 구의원과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영원(청통면 출신)씨와 의논해 대명5동-청통면의 인연을 성사시켰습니다." 도농간 자매결연을 하고 교류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가운데 대명5동-청통면은 7년 동안 꾸준하게 정을 나눠오고 있어 자매결연 주선자로서 마음이 뿌듯하다는 게 김 단장의 얘기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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