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수첩에는 조찬부터 만찬까지 온갖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의원회관 내 그의 사무실은 찾아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이나 만나려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는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면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최근에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에게도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여야 구분도 없다.
그는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조치에 대한 지방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뭘 알고나 반발하나"라며 정부를 정면으로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포항 출신 정치인이면서도 비수도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소신'을 밝히고 나선 '파격행보'였다.
이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몇 달 전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과 야권에서 그에 대해 '영일대군'(포항 영일만 출신과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사실을 빗댄 별명)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도 그는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이다. 오히려 "어시스트(지원)할 수 있는 일은 눈치보지 않고 하겠다"는 자세다.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과도 지난달 말 단독으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두 의원이 4·9 총선 공천으로 빚어진 감정의 앙금을 푼 것으로 전해지면서 친박계와의 화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스킨십이 활발해지면서 '복박'(復朴·다시 친박으로 돌아서는 의원)과 '월박'(越朴·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가는 의원)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자 이 의원이 직접 복박과 월박으로 지목받는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은 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라며 신주류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조기귀국설이 강하게 나오던 이재오 전 의원 문제에 대해서도 이 의원이 나서서 '정리'했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의 영향력은 얼마 전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조치에 대해 경북지역 의원들이 규탄성명서를 채택하려다가 무산된 데서도 확인된다. 경북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수도권투자전면허용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 분위기를 정부발표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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