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 새시 없는 아파트라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세 계약을 했겠습니까?"
지난 14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아파트 1층. 이삿짐을 풀던 김모(38)씨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는 인근 단독주택에서 세를 살다가 이번에 79㎡(24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분양받아 들어왔다. 아파트에서 따뜻하고 편리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김씨의 꿈은 며칠 전 입주를 앞두고 청소를 하러 들렀을 때 산산이 깨졌다. 발코니 쪽 유리창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아 안방 창문을 열면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부엌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가로 1.5m, 세로 1m)는 뻥 뚫린 채 비닐이 쳐져 있었다. 김씨는 "예전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만 아니라면 당연히 이사를 미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가 시작된 한 아파트의 수백 가구가 시공사의 잘못으로 발코니 창문도 없는 집에서 찬 바람을 고스란히 맞을 처지에 놓였다. 달서구 성당동 두산 위브 아파트 6개동 690가구 중 전세분양한 200가구(1~5층)에 발코니 유리창과 부엌 창문이 설치되지 않아 입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주민 이모(40)씨는 "지난달 전세분양 설명회 때 두산 측이 11월 중순이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며 "79㎡짜리가 6천만원이라 새 아파트치고는 전세 가격이 싸다 싶어 좋아했는데 이런 낭패를 볼 줄 몰랐다"고 했다.
유리창이 없다 보니 추위는 둘째치고 방범부터 걱정이다. 세입자들의 집이 낮은 층수에 있기 때문이다. 박모(42)씨는 "방문을 모두 잠그지 않고는 외출도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새시 유리창을 발주한 공장에서 물량 조달이 안돼 세입자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다음달 초순이면 새시를 모두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모든 가구에 보안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방범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세입자들은 "이미 이사를 온 10여가구는 유리창이 설치될 때까지 3주 이상 추위에 떨어야 한다"며 "이사 일정에 쫓길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볼모로 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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