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풀어낸 '상화 민족정신'

입력 2008-11-18 06:00:00

단단한 근육질 팔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허공을 향한 눈빛엔 강한 의지가 서려있다. 대지의 기운을 품은 거문고 가락이 무용실을 가득 메우자 남자 무용수 6명이 바닥을 짚고 텀블링을 시작한다. 착지와 동시에 온몸을 바닥에 맞대고 뒹군다. 곧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선다. 다시 바닥을 짚고 텀블링 자세를 갖춘다. 이번엔 부딪치며 뒹굴기를 반복한다. 유혹에 저항하려는 듯, 중력을 거부하는 듯 몸짓이 이어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몸뚱이에선 아직 모자라는 듯 또 다른 에너지 발산을 준비한다.

지난 15일 오후,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구컨템포러리 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20명의 젊은 무용수들이 박현옥 감독(대구가톨릭대 무용·공연학과 교수)의 지시 하에 동작과 안무를 맞춰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강한 저항의식을 담은 작품 '마돈나! 나의 아씨여'의 한 부분을 연습 중이다. 박 감독은 무용수들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무용수의 몸뚱이가 '마돈나'로, '이상화'로 재탄생할 때까지 몰아쳤다. 희망과 갈등, 기약과 절망, 애원과 거부가 한데 어우러져 무용수의 몸을 통해 드러나자 그제야 박 교수는 무용수들에게 잠깐의 휴식시간을 줬다.

민족시인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가 무용작품으로 재탄생된다. 박현옥 교수가 한국을 대표할 무용작품으로 이상화 시인의 민족정신을 '마돈나! 나의 아씨여'란 작품으로 기획, 제작했다. 박 교수는 이상화 시에 나타난 저항의지를 마돈나에 투영, 저항을 넘어선 꿈과 이상을 몸으로 풀어냈다. 작품은 총 8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기존 무용공연의 틀을 깨고 120분가량 진행된다. 각 장마다 주제를 정해 작품의 이해를 도왔으며, 민족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한국무용과 국악을 삽입했다.

박 교수는 생명력 가득한 대지의 품을 담아내기 위해 국악과 현대음악 모두 작곡했다. 또 태극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마샬아츠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했다. 박 교수는"단순히 몸짓에 중점을 두는 공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소품과 음악, 조명, 의상 등 공감각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중점으로 작품을 안무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가부키와 중국의 경극과 함께 한국 대표 현대극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작품은 2008 대구시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 대형작품으로 선정됐으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현대무용작품이 대형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연안내=12월 17, 18일 오후 7시 30분/대구오페라하우스/6만~2만원/1588-7890.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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