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高3들의 '탈렌트'

입력 2008-11-17 10:52:14

18세때의 시험이 인생 결정 못해/꿈 이루기 위한 성실함이 더 중요

일요일이었던 어제 아마도 전 세계 거의 모든 聖堂(성당)에서는 성경(마태복음)에 나오는 '탈렌트'에 대한 강론이나 복음해설이 빠지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하느님의 탈렌트 이야기는 집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일꾼)들에게 각각 5탈렌트와 2탈렌트, 그리고 1탈렌트씩을 나눠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종들의 노력에 대한 칭찬과 나무람의 비유로 인간의 성실과 게으름을 깨우친 말씀이다.

때마침 엊그제 수능시험을 친 뒤라 탈렌트 얘기가 우리 高(고)3 아이들에게 교훈과 위안이 될지도 몰라 성경을 펴본다. 여기서 성경 속의 집주인은 곧 하느님을 비유한 것이고 종들이란 인간을 말한다.

5탈렌트를 받은 종은 주인이 멀리 나가 있을 동안 그 돈을 능력껏 잘 활용해 10탈렌트로 불렸다.

2탈렌트를 받았던 종도 4탈렌트로 더 늘렸다.

그리고 주인이 돌아왔을 때 각각 두 배로 불린 탈렌트를 내놓았다. 주인(하느님)은 두 사람에게 '잘했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겠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1탈렌트를 받았던 종은 주인이 없을 동안 그 돈을 활용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몰래 쓰지도 않고 그대로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주인 앞에 다시 내놓았다. 그러자 주인은 정직하다는 말 대신 '이 게으른 종아!'라고 나무라며 '저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고 꾸짖는다는 줄거리다.

여기서 탈렌트의 비유는 단순히 준 돈을 잘 불려서 돈을 더 많이 벌어온 사실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꾸짖은 것 또한 돈을 못 벌어놨다는 사실을 질책한 것이 아니란 점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칭찬하고 꾸짖은 기준은 불린 돈의 크고 적음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얼마나 성실히 다듬고 활용했느냐는 노력과 의지를 평가한 것이다.

'탈렌트'란 고대 그리스 등에서 사용한 화폐의 단위지만 성경에서 비유된 '탈렌트'는 돈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재능, 소질, 수완 같은 능력을 말한다.

때로 능력 대신 고통, 결점, 장애 등을 뜻할 수도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탈렌트를 부여받고 태어난다. 미모도 아름답고 키도 크고 머리도 좋은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5탈렌트를 받은 종과도 같다. 건강하고 손재주가 좋은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2탈렌트를 받은 사람과 같다.

그런 인간적 눈으로 잰다면 1탈렌트만 받은 사람은 5탈렌트를 받은 사람보다 조건이 불공평하고 나쁘다는 핑계로 인생의 종착점에 가서도 1탈렌트만 내놓는 걸 당연히 여기고 나태하기 쉽다.

그러나 하늘의 주인은 다른 눈으로 잰다. 받은 탈렌트의 量(양)과 결과가 아니라 노력과 성실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박지성은 키도 작다. 발도 평발이다. 얼굴도 배우 같은 미남은 아니다. TV에 얼굴 나오는 프로축구선수 하기에는 1탈렌트라도 받은 종보다 못한 고난, 결점이라는 탈렌트만 받은 셈이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 축구선수로 성장 중이다. '마이너스 탈렌트'로도 5탈렌트를 받은 종 못잖게 더 큰 결실을 거둬 주인에게 내보인 셈이다. 탈렌트를 주신 하늘의 주인이 바라는 바다.

내게 주어진 탈렌트가 장점이든 결점이든 많든 적든 내가 받은 탈렌트로 최대한 성실히 노력하고 성취해나가는 정신과 의지를 주문하는 것이다.

수능시험에서 공부 쪽의 탈렌트를 덜 받은 종도 시험은 좀 못 쳤을지라도 내가 받은 또 다른 탈렌트로 나만의 성공된 길은 찾아 나갈 수 있다.

그것이 스포츠든 기술이든 예술이든 내가 받은 탈렌트(공부 소질이 부족한 결점 또한 탈렌트다)를 노력과 성실로 두 배 다섯 배로 불려 간다면 말이다.

언젠가 고3들에게 했던 얘기지만 '일찍 피는 꽃이라고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일찍 핀 개나리도 예쁘지만 늦게 핀 벚꽃 또한 더 화려하고, 여름 장미 못잖게 겨울에 핀 매화 香(향)은 더욱 그윽하다.

오늘 18세 때 치른 시험이 미래의 내 모든 인생의 값어치와 보람을 다 결정 지우지는 못한다.

단 한 가지 탈렌트로도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지만 굳다면 하늘의 주인은 반드시 언젠가 그대를 '착한 종'이라고 불러줄 날이 있을 것이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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