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부실하게 식품을 검사해온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검사기관은 2년 6개월 동안 식품업체들로부터 12만여 건의 검사를 의뢰받아 11만여 건은 아예 검사를 하지 않고 '적합' 판정을 내렸다. 게다가 '부적합'하다고 판명된 180여 건에 대해서도 '적합'으로 판정했다. 심지어 포장 불고기에서 기준치의 80배가 넘는 대장균이 나왔어도, 아예 안 나왔다고 서류를 꾸몄고, 만두에서 세균이 1g당 110만 마리나 나왔어도, 기준치인 10만 마리 이하라고 조작했다. 이 검사기관은 특히 부도덕했지만, 다른 기관들도 판정에서 느슨하다는 얘기다.
관련된 법률은 식품의 첨가물 검사를 기업이 스스로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그런 검사 시설을 갖추지 못한 영세 기업들은 식약청에서 지정한 검사기관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부실한 검사는 민간 검사기관들이 여럿이고 모두 검사를 의뢰한 식품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수입으로 삼는 데서 비롯했다. 판정이 까다롭다는 평판이 돌면, 그 검사기관은 식품업체들로부터 기피를 받아 생존이 어려워진다.
이 추문이 터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바로 대책을 내놓았다. 68개 민간 검사기관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검사기관이 3년마다 식약청에서 재심사를 받고 해마다 의무적으로 직원들을 재교육시키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것이고 그나마 식약청에서 실행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되었다. 시민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정부 기구로선 너무 성의 없는 행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렇게 관리하고 감독해도 별 소용이 없으리라는 점이다. 식품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수입으로 삼는 한,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은 지금처럼 행동할 유혹을 받게 된다. 검사가 제대로 되도록 하려면, 그런 유혹을 받지 않을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검사기관과 검사를 받는 기업들이 직접 거래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기업들이 식약청에 검사를 신청하면, 식약청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검사기관을 선택해서 위탁하는 방안이 있다.
검사 시설을 갖춘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양식에만 의지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문제가 드러나도, 우리 현실에서 당해 기업이 신속히 대처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중국산 식품들의 '멜라민 사건'에서 드러났듯, 우리 대기업들의 품질 관리는 생각보다 허술하다. 대기업을 믿고 맡기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 하더라도, 부정이나 은폐를 줄일 길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구도 모르는 음식들을 먹는다. 비용이 들더라도, 위험을 줄일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를 설계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경계하는 것이다. 여기서 'hazard'는 위험을 뜻한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의 원뜻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부정하게 이득을 취할 위험'이다. 이제는 도덕적 해이가 부정과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엄격히 얘기하면, 도덕적 해이는 그렇게 제도에 내재한 위험을 가리킨다. 검사기관들이 검사를 의뢰한 식품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생존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그 제도는 검사기관과 식품업체의 담합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품는다.
이처럼 제도를 설계할 때엔 도덕적 해이가 들어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실은 바로 그것이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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