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에 인기 '고물상 강사' 김상진씨

입력 2008-11-14 09:21:34

▲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고물상 강사' 김상진씨.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제가 서른하나였을 때, 운영하던 공장이 망했습니다. 사기를 당했어요. 사글셋방 구할 돈도 없고 돈을 빌릴 데도 없더군요. 아이들은 셋이나 됐고 그 중 하나는 젖먹이였어요. 정말 한탕 생각이 났습니다. 내 아내, 내 자식 배가 고픈데 남 걱정할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여러분 대부분도 그런 고통 때문에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닙니까?"

12일 오후 청송교도소 강당. 만기출소를 한 달 앞둔 20여명의 재소자들이 강당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대구 달서구에서 고물상을 하는 김상진(59)씨가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고 있었다. '고물상 강사'지만 벌써 안동교도소를 시작으로 청송, 대구는 물론 경북 포항, 경주까지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 앞에 서고 있다. 그는 한국갱생보호공단 대구지부 사전면담후원회장에 이어 고문 자리를 맡고 있다.

"범죄를 저지를 때의 용기로 제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저는 배운 것이 없어 리어카에 엿을 싣고 고철을 모으면서 가위질을 해 재기했습니다. 땀흘려 처자식을 먹일 때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이들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과거를 참회하고 새 삶을 시작할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제대로 살 수 있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30분 남짓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자 제소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의 이야기 같았고,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자신을 참회하는 눈물이었다.

"삶은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했던가요? 남이 인정해주면 거듭날 사람들이 달마다 100명도 넘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들에게 손 한 번 내미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첫 만남을 가진 출소자들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지 벌써 5년째. 전국 47개소의 교정시설 중 대구경북에 있는 교정시설은 10개소나 되고 자신의 못난 삶이 귀감이 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재소자들에게 출소는 또 다른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빛은 아직 싸늘하거든요. 그 때문에 재범의 소지가 높은 게 사실입니다."

출소자들의 절반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법무부의 통계다. 김씨는 이 때문에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그들을 감싸지는 않는다.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재기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적잖다고 했다. 그들이 새로운 삶을 찾는 데 귀만 열어두자는 게 김씨의 지론이었다.

"사람 하나를 다시 살리는 데 큰 돈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귀만 열고 다가서 보세요. 재범을 막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큰 일꾼이 될 사람들입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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