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 선진도시 시카고를 가다] 주민·작가 합작, 전주 동문거리 바꿨다

입력 2008-11-14 06:00:00

▲ 설치조형물 동문게이트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전주 동문거리.
▲ 설치조형물 동문게이트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전주 동문거리.

국내 공공예술 성공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2006년 10월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실시된 공공작업소 심심(대표 김병수)의 '전주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이다. 동문거리는 전주한옥마을 경계지역에 자리 잡은 상업가로다. 244곳의 점포 가운데 빈 점포가 60여 개가 되며 해마다 빈 점포 숫자가 늘어나는 침체된 지역이다.

가로 디자인 사업에는 문화관광부와 전주시가 50%씩 부담한 2억4천만원의 예산과 참가 상인들의 자부담 수십만원씩이 투입됐으며 10~20명의 작가가 벽화 그리기, 간판 정비, 설치 작업 등 세부 프로젝트별로 작업을 벌였다.

심심이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주민들의 참여 유도와 작가 훈련이었다. 심심은 가로 디자인 사업을 하기에 앞서 2002년 동문거리 축제를 먼저 열었다. 현지 상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고 추진 과정에서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또 작가 의도와 주민들의 요구 사항이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작가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받은 뒤 작가, 건축가, 지역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작품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토론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설치조형물 동문게이트가 응시하듯 이방인을 맞이하는 동문거리에 들어서면 2차로 좁은 도로에 쉴 새 없이 차들이 오가고 간판이 어지럽게 붙어 있어 얼핏 보면 여느 도시 풍경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곳곳에 공공예술의 흔적이 배어 있다. 편의점 2층 폐점포 창문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흉물스럽게 보일 건물을 고풍스럽게 바꾸는 역할을 그림이 하고 있다. 인쇄소 3층 건물에는 다양한 사람 모양의 설치 작품들이 곳곳에 붙어 있고 콩나물 국밥집 주차장 벽에는 멋진 꽃그림이 자리 잡았다. 상인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사업 전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사업 후에는 찬성이 많았으며 예산 부족으로 전체 점포 가운데 불과 10%를 대상으로 했지만 가로 디자인 사업 후 빈 점포 임대도 활기를 띠어 10~15%의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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