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오바마 가문의 여인들

입력 2008-11-10 11:05:15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는 여자에 대해 이런 의문을 던졌다.

'나는 30년간 여자의 마음을 해명해 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직 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대의 질문은 이렇다. 도대체 여자는 무엇을 구하고 있는 것일까?'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약간은 부정적인 평가다.

여성에 대한 곱잖은 평판이나 비유들은 여러 나라의 속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여자란 머리카락만 길고 지혜는 짧은 동물'(중세 라틴)이라거나 '여자 무릎 위에 앉는 것보다 화약통 위에 앉는 게 낫다'(러시아), '여자의 말을 믿는 것은 뱀장어의 꼬리를 잡는 것과 같다'(스페인) 등….

그러나 그 여자가 어머니거나 아내일 경우엔 평가가 달라진다.

'어머니가 만들었으면 무명옷도 따뜻하고 남이 만들었으면 양털 옷일지라도 춥다'(핀란드), '천국은 어머니의 발밑에 있다'(이슬람), '좋은 아내보다 더 좋은 가구는 없다'(덴마크)는 식이다.

여자가 어머니가 되고 아내가 되고 연인이 될 때는 때때로 남자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남자의 늑골을 빼내 여자를 만들었다는 성서(창세기) 이야기도 얼핏 여성이 남성에게 부속된 존재처럼 비하돼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를 못마땅히 여긴 로마 황제가 '늑골을 빼내 여자를 만들었다니 그럼 너희 하느님은 도둑이 아닌가'라고 비꼬았을 때 '어젯밤 저희 집에 도둑이 들어 은스푼을 훔쳐갔습니다. 그리고 대신 금잔을 두고 갔습니다. 하느님이 여자를 베풀어 주신 것도 똑같은 얘기입니다'는 비유로 답했다는 랍비 가브리엘의 일화는 여성이 하느님이 세상과 남자를 위해 베풀어낸 큰 선물임을 가르친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도 바로 그런 하느님의 선물인 어머니와 아내, 연인과 딸이라는 이름의 여자들이 만들어낸 영웅이었다.

마약에 손댔던 문제아 오바마를 모범생으로 이끌어준 사람은 대학의 지도교수도 아버지도 다니는 교회의 목사도 아니었다. 레지나라는 여자친구였다.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책을 다잡고 마약을 끊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베리'에서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버락'이란 이름으로 고쳐 불렀다.

자식을 혼혈아로 낳아놓고 다시 아시아로 재혼해간 어머니 덴햄도 오바마로 하여금 그녀를 유색인과 재혼한 이혼녀로서가 아니라 아들의 미래를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모국어를 가르치고 스스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며 희생과 수범의 교육을 한 '어머니'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만 생각하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만 보였더라면 아들 오바마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불우한 손자를 위해 은행에 취직, 비서 일을 해가며 비싼 명문학교 학비를 대준 할머니의 헌신 또한 대통령 손자를 낳게 한 여자의 위대한 힘이었다고 봐야 한다.

세계 제1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아내 미셸 역시 엘리트 출신의 '똑똑해 빠진 여자'가 아닌 고분고분한 '아내'로서의 내조 이미지를 잘 다듬어간 케이스다.

그런 어머니와 아내와 할머니, 연인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가슴에 받아들이고 충고를 따른 오바마도 좋은 아들이요, 손자요, 남편이요, 연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바마 가문의 영광과 그들 여인들을 보며 오늘날 우리 삶 안에 껴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어머니, 아내, 여동생, 딸, 그리고 아들, 남편, 오빠로서의 공동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성찰해 보는 건 어떨까?

오바마의 여인들처럼 우리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도 똑같이 품고 있을 위대한 여자의 힘을 인정해 왔던가? 그 여인들이 알게 모르게 베풀어 줬던 자애와 사랑과 희생, 충고를 오바마처럼 기억하고 실천했던가? 혹 핀잔과 말대꾸로 헌신과 위대한 사랑을 묵살한 적은 없었는가?

대통령 가문이나 보통집안 가문이나 여인들의 위대한 힘의 크기는 똑같지만 가문의 영광은 서로서로 하기 나름에 따라 달라짐을 오바마의 여인들에게서 배운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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