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어머니께서 수확한 호박으로 행상 나가다

입력 2008-11-08 08:33:04

한평생을 땅과 벗하여 불혹의 나이에 홀로 4남 1녀를 키워오신 어머니께서는 칠순의 연세에도 여전히 농사와 밭일 과수원 일을 하신다. 그 해에도 산비탈의 땅을 그냥 묵히지 못하셔서 호박을 가득 심으셨다. 예상 외로 엄청난 수확이었다. 지인도 드리고 아들 딸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한 트럭 정도의 수확이 그대로였다.

애써 키운 정성에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뒤 팔공산 등산통로에서 팔아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동생, 남편, 아이들이랑 트럭에 호박을 가득 싣고 행상에 나섰다.

다른 행상은 터줏대감처럼 버젓이 하는데 처음 온 우리에겐 관리하는 사람으로부터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남편의 입담과 논리적인 설득으로 장사가 시작되었다.

누렇고 모양도 가지각색이었지만 참 예쁘고 넉넉한 호박을 보니 왠지 값을 잘 치러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처음 해 보는 장사지만 팻말도 예쁘게 해서 덤으로 가져온 고추와 함께 행상에 임했다. 덤으로 해서 그나마 몇 덩어리가 팔려나갔고 10만원 정도 돈이 모였다. 다 팔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돈을 봉투에 담아서 동생 편에 보냈다.

난생처음 행상을 하면서 참 많은 걸 느꼈다. 사람마다 다 다르듯 따뜻한 사람 자기 멋대로의 사람 등.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도 보았고 세상은 호락하지도 않으며, 장사하시는 분들의 애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노력의 대가의 소중함을 생각하였던 그 해의 호박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못난 사람을 호박에 빗대어 말하지만 난 왠지 여유롭고 온화한 자태를 가진 호박의 모습이 좋다.

경기가 힘들고 어렵다고들 하는데 호박에 검은 콩과 차조를 넣고 따뜻한 호박죽을 끓여서 이웃과 가족에게 정을 나누어주고 싶은 계절이다.

하미숙(대구 북구 학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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