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괴담' 흉흉…치안 불안 떨고있는 밤 캠퍼스

입력 2008-11-07 09:47:45

▲ 경북대 북문앞에 설치된 CCTV. 자전거 도난예방을 위해 설치된 것이어서 불안한 캠퍼스 내 방범대책으로는 미비하다는게 학생들의 얘기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경북대 북문앞에 설치된 CCTV. 자전거 도난예방을 위해 설치된 것이어서 불안한 캠퍼스 내 방범대책으로는 미비하다는게 학생들의 얘기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취업준비로 밤 11시가 돼야 도서관을 나서는 경북대생 조모(23·여)씨. 자취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놔두고 행인 많은 북문으로 20여분을 둘러 귀가한다. 복현오거리 방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지만 인적이 드물어 심야에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캠퍼스 안에서 가끔 술 취한 사람들이나 무리지어 다니는 고교생들을 마주치면 섬뜩하다"며 "교내 순찰 인력을 늘리든지 방범 CCTV를 늘리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북대 내에서 새벽길을 걷던 한 여학생이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은후 캠퍼스 치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7일에는 심야시간대 대학 캠퍼스내에서 여대생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J(23·수성구 만촌동)씨가 구속됐다. J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2시쯤 대구 달서구의 모 대학안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향하던 여대생 A(19·여)씨를 뒤따라가 흉기로 위협,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대 홈페이지 게시판인 '복현의 소리'에는 최근 '식칼 괴담'이 떠올랐다. 한 학생이 '1일 새벽 3시쯤 일청담(대학 본관 인근) 주변에서 식칼을 든 사람을 봤다'는 글을 올려 수많은 학생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박모(22·여)씨는 "1년 전 사건도 학교가 치안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주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사고가 또 일어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대학 본부가 심야 시간대 치안에 너무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 측은 수년전부터 학생 40여명 정도로 '자치규찰대'를 구성하려 했지만 학교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양윤경 위원장은 "취업 한파 등으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 부족하다. 자치규찰대에 수업료 감면 등을 지원해달라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예산이 없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경북대 내 실외 CC-TV는 단 7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자전거 도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의 교내 순찰도 형식적이다. 경북대 경우 자정을 전후해 경찰 순찰이 있지만 차량 순찰에 그치고 있다. 전모(25)씨는 "경찰 순찰차가 북문이나 정문으로 들어왔다가 그냥 길을 따라 쭉 지나가버린다"며 "자연과학대 1,2호관 예술대 뒤편 등 교내에서도 우범지역으로 보이는 곳은 전혀 살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심야시간대 1시간에 한 번씩 순찰을 하지만 도보 순찰은 시간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교내 방범 취약 구역의 경우 좀더 신경을 쓰겠지만 학교 측에서도 보안등 설치나 CC-TV 설치 등 자구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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