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비밀]미국인과 커피

입력 2008-11-06 11:36:51

1773년 영국이 미국 식민지 상인들의 차(茶) 밀무역을 금지시키고, 영국 동인도회사에 차 독점권을 부여하는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식민지 자치에 지나친 간섭이라고 격분한 보스턴의 반영국 급진파들이 인디언으로 분장하고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동인도회사의 선박 2척을 습격, 342개의 차 상자를 부수고 차를 바다에 던졌다. 이것이 바로 1773년의 보스턴 차 사건이다.

보스턴 차 사건은 1775년 영국과 미국 식민지 거주자들 간 발생한 무력충돌의 도화선이 되었고, 미국 독립혁명의 직접적 발단이 됐다.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의 독립 뿐만 아니라 북미대륙에서 차 마시는 습관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했다. 차는 영국 식민지배의 상징이 돼 인기가 떨어진 반면 커피는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져 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됐다.

독립전쟁 이후 미국 커피시장은 1960년대까지도 여건이 어려웠다. 저가 저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소수 공급자들에게 시장이 집중된 때문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시애틀에서 고급커피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시장은 크게 확대됐고 80,90년대를 거치면서 커피전문점들이 증가했다.

미국의 북서부지역은 에스프레소에 기반을 둔 음료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에스프레소 원두는 더 진한 로스팅을 요구하는데, 이는 미국민들이 에스프레소에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강하게 볶은 원두는 북서부지역으로부터 미국전역으로 점점 인기를 얻어갔다. 포장마차형 에스프레소 전문점들도 길거리에 많이 생겨 테이크아웃 문화와 잘 맞아떨어져 성업을 이뤘다. 이런 포장마차형 에스프레소 바도 전문성을 요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갔다.

오늘날 미국의 커피는 스타벅스커피로 대표된다. 에스프레소'카페라떼 등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가 편리성을 추구하는 미국문화와 만나 '뛰면서 즐기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으로 발전한 것. 종이컵에 이탈리아식으로 만든 메뉴를 담아주는 스타벅스와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은 90년대 초반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켜 아시아와 유럽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오래 전부터 나름의 커피문화를 발전시켜 온 국가들과 인도'영국 등 차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또 다른 미국식의 세계화"라며 경계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매일 3억잔 이상을 마시며, 지구상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소비한다. 미국 성인의 15% 정도가 매일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60% 정도는 가끔씩 마신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대부분은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과테말라'멕시코 등지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김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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