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인기가 있을 줄 몰랐습니다."
지난 4일 오후 대구의 한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갈비살 1인분(120g) 9천원. 꽃등심, 양념갈비, 살치살 등 모든 구이용 쇠고기가 미국산이다. 이 음식점은 그동안 한우를 취급해왔지만 지난달부터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꿨다. 음식점 관계자는 "주변에 한우 음식점이 너무 많아 바꿨는데 잘 된 것 같다"며 "간판에 크게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이라고 써 놓으니 오히려 손님들이 더 찾는다"고 했다.
지난 7월 4일 3t의 미국산 쇠고기가 대구에 처음 입성한지 딱 만 4개월이 흘렀다.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 영향으로 판매 사실조차 드러내놓기 꺼리던 분위기는 요즘 완전 딴판이 됐다. 무서운 속도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구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문'이라는 플래카드를 내 건 업소를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개월 전 미국산 쇠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G식육체인점 정일수(52) 사장은 "가맹점이 대구에만 15개 업소나 된다"며 "조만간 대여섯개의 체인점이 대구에서 문을 더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워낙 싼 가격 덕분에 환율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매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등심 1㎏에 1만4천원, 최고급 진갈빗살은 1㎏에 3만3천원에 판다"고 밝혔다.
대구의 또 다른 육류전문유통업체 ㅇ식품 박모(49)사장은 "이렇게 급작스레 분위기가 반전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무렵만 해도 LA갈비를 찾는 고객만 있었을 뿐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량에 큰 변동이 없었지만 상황은 최근 1개월 사이 급반등했다는 것. 박 사장은 "지난 7월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주일간 5개 상자(50㎏ 내외)를 팔았는데 요즘 하루에만 100㎏ 이상의 물량이 팔려나간다"며 "광우병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데다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태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가격이 비싸질 경우 불경기와 맞물려 소비가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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