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에 개의 눈과 마주쳤다
저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큼큼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 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간의 생을 더듬어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매독 같은 가을"이라고 절규한 사람은 1980년대 초반의 최승자 시인이다. 한국시사에서 비속어를 아름다운 시어로 탈바꿈시킨 시인이 김수영. 최승자 시의 언어는 김수영 극렬시학에 젖줄을 대고 있다. 그 말이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게 시의 언어이다. 비속한 단어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절실함이 담보가 되어주기 때문.
'개 같은 사랑'이라니―, '개 같은 사내의 여자'라니―. 허나 치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개 같은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 좌면우고(左眄右顧)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개들의 사랑. 식어가는 11월의 태양처럼 시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경이로운 빛이 아닐 수 없으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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