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세제혜택 '빛좋은 개살구'?

입력 2008-11-04 09:00:34

이흥도(37·가명)씨는 지난달 정부가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발표를 듣고 바로 자신이 가입한 증권사로 찾아갔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정부에서 구체적 시행방안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며칠을 기다려 지난달말 증권사를 또다시 방문한 이씨. 하지만 그는 '이상한 얘기'를 듣고 발길을 되돌려야했다. 이씨의 경우, 랩어카운트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데 랩어카운트는 정부가 발표한 국내주식형펀드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랩어카운트도 불입액이 국내 주식 매입에 사용돼 명백한 국내 주식형펀드인데 이 상품은 해당이 안된다니 황당하다. 정부의 정책은 주식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보다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이기 위한' 겉치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금융시장 안정대책 일환으로 내놓은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펀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세제혜택 대상을 극히 일부로 한정,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주식형펀드(60% 이상 주식 투자)나 회사채형 펀드(60% 이상 회사채 투자)에 가입한 경우에만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 랩어카운트(펀드랩), 신탁상품 등 주요 펀드 투자 금융상품들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액보험에 매달 50만원씩을 넣고 있다는 봉급생활자 박상수(45·가명)씨는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보험회사를 찾았다가 변액보험은 대상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달 들어가는 보험료 대부분이 주식형펀드에 들어가고 있는데도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라니 정말 황당했다. 주식에 투자되다보니 변액보험 수익률이 반토막이 났는데 세재혜택까지 예외라니 투자자들의 실망이 너무 크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펀드 세제혜택 대상을 '투자자가 은행, 증권 등 판매사를 통해 가입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회사채형펀드'로 한정했으며 주식시장에 불입액이 투자되더라도 랩어카운트나 변액보험 등은 상품성격이 다소 틀리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과 제대로 협의를 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발표하다보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내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주식·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변액보험의 주식형펀드 투자 규모는 4조4천300억원(순자산 기준)에 이른다. 이런데도 변액보험이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변액보험을 외면할 것이고 결국 주식시장에 또다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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